말소 대상 권리는 낙찰 후 소멸
공공시설 관리 위한 등기라면
건물 소유-처분 등에 문제없어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지식산업센터가 경매에 나왔다. 법원 현황조사서상 점유자는 없고, 낙찰자가 인수할 권리나 추가 비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매각 물건 명세서에 ‘토지별도등기 있음. 토지 을구 지상권(지상권자 서울특별시)은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이 인수함’이라는 특별 매각 조건이 달려 있었다. 이렇게 토지별도등기가 있고, 권리를 인수하는 조건이 있을 경우 어떻게 권리 분석을 해야 할까?
먼저 토지별도등기는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같은 집합건물을 신축하기 전에 그 토지에 설정돼 있던 권리가 말소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건물 신축 전 토지에 설정됐던 근저당권, 가압류 등이 정리되지 않은 채 집합건물 등기부등본이 만들어지면 집합건물 표제부(대지권의 표시)에는 별도등기 내용이 공시된다. 이 상태에서 집합건물이 경매에 나오면 해당 사건의 매각 물건 명세서에도 ‘토지별도등기 있음’이 명시된다. 권리 분석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위험한 경매 사건으로 인식하고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금만 공부한다면 권리 분석이 가능하다. 먼저 매각 물건 명세서를 확인했을 때 낙찰자가 인수한다는 취지의 특별 매각 조건이 없었다면 안심하고 입찰해도 좋다. 만약 매각 물건 명세서에 특별 매각 조건이 달려 있다면 집합건물 등기부등본 표제부를 통해 별도 등기된 권리가 근저당권과 같은 말소 대상 권리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경매 부동산의 모든 저당권과 가압류 등은 민사집행법에 따라 매각으로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다. 집합건물이 새로 지어지기 전부터 토지에 대해 설정돼 있던 권리라 할지라도 이는 경매 부동산의 권리에 해당하므로 매각으로 소멸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도 하다.
집합건물이 위치한 토지에 지하철이나 지하 연결통로 등이 있을 때 이뤄지는 토지별도등기도 문제없다. 이 경우 토지등기부등본에는 지하 시설물 소유와 관리를 위한 구분지상권이 등기된다. 구분지상권을 설정한 권리자는 공공시설물을 관리하는 관할 관청인데, 이는 지하철 시설물 등을 소유할 목적으로 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건물 전유 부분의 소유권을 경매로 취득해도 사용·수익·처분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도 마찬가지로 매각 물건 명세서에는 ‘별도등기인 지상권은 말소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지상권의 목적이 지하철역 출입시설 등을 소유·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시설이 건물에 인접해 있다는 의미로, 오히려 지하철역 접근성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토지등기부등본에 있던 모든 권리가 이미 말소됐는데도 집합건물 등기부등본에 ‘별도등기’라는 공시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건물 진입로 확보를 목적으로 토지에 지역권이 설정되는 등 낙찰자에게 전혀 부담되지 않는 별도등기 사례도 많다.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펴보고 분석한다면 토지별도등기에 대한 위험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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