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62% 원리금 상환에 사용
연체율 1.4% 3년3개월만에 최고
中企 은행대출액 1000조 넘어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수가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많은 대출자는 170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 둔화로 은행 중소기업 대출이 10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가계·기업부채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 수는 448만 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많은 수로, 직전 분기인 3월 말보다 2만 명(0.4%)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자(1978만 명) 중 다중채무자 비율(22.6%)도 최고 수준이다.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572조4000억 원, 평균 대출액은 1억2785만 원에 이른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다중채무자의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1.4%로, 올해 3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1분기(1.4%)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1.5%로 나타났다. DSR은 1년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원리금 부담 수준을 보여준다. 금융권에서는 DSR이 70% 이상이면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중채무자들의 빚 부담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무엇보다 고금리로 소득이 낮은 취약차주의 빚 부담이 늘고 있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자(소득 하위 30%) 혹은 저신용자(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대출자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말 기준 취약차주의 DSR은 67.1%였다.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13년 4분기(67.4%)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고금리, 고물가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 2분기 말 취약차주 대출 잔액은 95조2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4000억 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기업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3%로 1년 전(0.24%)의 약 1.7배로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0.60%로 가장 높았고, 이어 대전(0.59%) 광주(0.59%) 대구(0.56%) 부산(0.51%) 순이었다. 올 2분기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010조9160억 원으로 최근 5년간 337조580억 원(5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중금리가 더 오르면서 가계 및 기업 부채를 악화시키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취약차주나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시장 불안은 유동성 축소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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