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증명사진 속 기자의 정장 차림이 그럴싸한 우주복으로 바뀌었다. 우주선을 타기 직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자연스러운 사진이 단 1분 만에 만들어진 것이다. 10일(현지 시간) 공개된 어도비의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파이어플라이 이미지2’를 이용한 결과다. 생성된 사진을 사용하는 데 저작권 문제도 없어 개인 및 기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어도비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어도비 맥스’에서 이미지2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했다. 이미지2는 올해 3월 출시됐던 ‘이미지1’보다 이미지 품질을 높이고, ‘유화’나 ‘극사실주의’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을 반영하는 ‘생성형 매치’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향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프로까지 어도비 제품 전반에 생성형 AI 서비스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오랜 시간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개발해 온 회사답게 파이어플라이 이미지2는 처음 사용해 보는 사람도 손쉽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기능을 세분화했다.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는 강아지’ 같은 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해 낼 수도 있고, 사진을 원하는 대로 수정할 수 있는 ‘생성형 채우기’ 기능도 따로 마련돼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사막 한가운데 꽃을 피울 수도 있고, 없던 독수리가 날아가게 이미지를 수정할 수도 있다. 기자가 한 것처럼 사진 속 옷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이 외에 텍스트를 꽃이나 무지개 털과 같이 다양한 질감과 색으로 채울 수 있는 ‘텍스트 효과’ 기능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어도비는 파이어플라이 이미지2와 함께 파이어플라이 ‘벡터 모델’, ‘디자인 모델’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새롭게 공개된 두 서비스는 개인보다는 기업향(向)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심화되고 있는 이미지 생성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요를 선점하려는 어도비의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벡터 모델은 일러스트레이터 등 그래픽 제작에 특화된 세계 최초의 생성형 AI 모델이다. 벡터 그래픽은 선이나 모형을 수학적 함수 등을 통해 나타내기 때문에 확대해도 그림이 망가지지 않는다. 기업에서 광고나 제품 패키지, 기업 로고 등을 만들 때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방식이다.
디자인 모델은 전단, 포스터, 초청장 등에 활용될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하는 어도비 익스프레스에 생성형 AI 기술을 더한 서비스다. 어도비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콘텐츠 제작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어도비가 공개한 파이어플라이 제품군을 이용해 만든 이미지들은 저작권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어도비의 AI 모델은 어도비가 라이선스를 보유한 ‘어도비 스톡’의 콘텐츠와 저작권이 만료된 퍼블릭 도메인 콘텐츠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현재 게티이미지와 저작권 분쟁 중인 생성형 AI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AI로 생성한 이미지에 제작자 이름, 제작 일시, 사용 도구 등의 정보를 담는 ‘콘텐츠 자격 증명’ 제도도 도입했다.
국내의 한 디자인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데다 간단한 디자인 작업을 수행해 줄 수 있는 AI 서비스에 관심이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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