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인수경쟁 중 시세 조종 혐의
의혹 확인 위해 김범수도 불러
카카오 신규투자 논의 중단 위기
사법 리스크 우려에 주가 3.11% 뚝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인수 경쟁 과정에서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의 투자 총괄 대표가 구속되면서 ‘카카오 공동체’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시세 조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23일경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카카오의 신규 투자 관련 논의는 당분간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남부지법은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 대표(43)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 오후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 씨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 부문장 이모 씨에 대해선 “혐의 내용은 중대하지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들 3명은 2월 에스엠 경영권 인수 경쟁 당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 원을 투입해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브는 에스엠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해 지분 25%를 확보하려 했으나 주가가 이를 웃돌면서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에스엠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상황에서 기한 내 금융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창업자 김 센터장이 시세 조종을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특사경은 올해 8월 김 센터장의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배 대표의 구속으로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의 굵직한 투자 전략 논의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3월 카카오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으며 계열사 전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에서도 투자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에스엠 인수뿐 아니라 카카오엔터가 올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1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도 배 대표가 주도했다. 현재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 중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대규모 투자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카오 내부에선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 사정에 밝은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배 대표의 구속은 (사법 리스크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계열사까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점도 카카오로선 부담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 4분기(10∼12월) 중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른바 ‘가맹 택시 콜(호출) 몰아주기’ 관련 안건을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안건 의결이 이뤄지면 이를 전달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무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지난달 김 센터장과 카카오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계열사 임직원들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카카오 계열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이들이 부당 이득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사법 리스크 우려로 카카오의 주가는 19일 전날 대비 3.11%(1300원) 하락한 4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페이(―2.75%), 카카오게임즈(―4.12%), 에스엠(―4.47%) 등 주요 계열사 주가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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