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전국 산업단지 등의 송전망 구축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송·변전망 구축을 국책사업으로 생각하고 중앙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에 대해 정부와 협의 중이고, 곧 발의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한전이 송·변전망 건설 업무를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며 “재원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와의 협조, 주민 수용성 타파 등을 해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송전망 구축은 기본적으로 한전이 도맡아 담당하고 있지만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와 보상 재원 부족 등으로 전력 인프라 건설이 지체되면서 첨단산업단지 전력 공급이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선 “잔여 인상 요인을 반영한 단계적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한전의 재무 위기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선 정부와 한전 간 입장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올해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1.6원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올 들어 오른 전기요금은 21.1원이다. 김 사장은 또 최근 감사원이 적발한 한전 직원들의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와 관련해 “태양광 비리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해임 등 최고 수위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국감에서 한전의 적자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 정부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을 한전 재정 악화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권 때 (전기요금 인상을) 안 하다가 대선에 지고 한 번 올렸다”며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소위 ‘전력 카르텔’을 혁파해야 국민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한전의 자구 노력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이 올해 팔겠다고 계획한 부동산 11개 중 4개만 팔렸고 7개는 미매각 상태”라며 “해외 사업 부동산을 매각해 1조5447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기재부에 제출했지만 부동산 몇 개를 제외하고는 매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정부 들어 한전 부채가 35조 원이나 늘었다”고 날을 세웠다.
김동철 사장의 취임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김 사장은 한전 전문가도 아니고 한전 창립 후 첫 전업 정치인 출신 사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앉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사장이 과거 국회 산자위원장을 지낸 점을 언급하며 “이런 분을 전문성이 없다고 하면 이 자리 위원 모두가 전문성 없는 무지한 사람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산자위 국감에선 한국수력원자력의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배임 의혹도 제기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한수원이 지난해 3월 전남 신안군 비금도 염전에서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800억 원 규모의 운영관리권을 민간인 LS일렉트릭에 넘겼다”며 “공사와 운영관리를 모두 맡은 민간 업체가 사업비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임 소지가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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