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 6연속 동결
중동 위기에 유가 급등-물가 불안
시장선 “금리인하 빨라야 내년4분기”
이창용 “1%대 금리 기대 말아야”
‘영끌족’ 부동산 투자 재차 경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대다수 위원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밝혔다. 중동발 위기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 등 시장 불안을 감안한 조치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가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를 상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0%로 올 2월 이후 6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미국과 2.0%포인트의 금리 차를 유지하게 됐다.
시장에선 최근 환율 상승이나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수출에 이어 소비까지 위축된 상황 탓에 한은이 진퇴양난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긴축 장기화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통위가 “당분간 지켜보자”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금통위원들은 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하면서도 대다수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발언한 것. 나머지 1명은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에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8월 회의보다 긴축 기조를 더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이날 금통위원 다수가 매파적 발언에 나선 것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불안이 가중된 영향이 컸다. 이 총재는 “고유가와 고환율,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해 올해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올 8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을 3.5%, 내년 2.4%로 예상하면서 내년 말 2%대 초반까지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8월에 예측했던 물가 하락 경로보다는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금통위원의 중론”이라며 “중동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예단하기 어렵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물가 전망치가 상향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하반기(7∼12월) 이후로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미국 소비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등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빨라야 내년 4분기(10∼12월) 정도일 것”이라며 “중동 분쟁이 길어질 경우 인하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 총재는 8월에 이어 이날도 ‘영끌족’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점에 대해선 경고를 드리겠다”며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볼 때 금리가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