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주가조작 피의자로 김범수 불러… “포토라인 세울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1일 01시 40분


시세조종 직접 지시 여부 등 조사
“피의자 신분, 관여 정황 파악 의미”
불법 확인땐 ‘카뱅’ 팔아야 할수도
카카오 “23일 출석 확정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창업자에게까지 미치면서 카카오 내부에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회사 차원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이 확정되거나 대주주 적격성에서 문제가 될 경우 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를 떼어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특히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사진)을 23일 단순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할 경우 포토라인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 측의 출석일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23일 오전 10시까지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김 센터장의 23일 출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출석일 조정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 두고 있다.

앞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2400여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에스엠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 등으로 19일 구속됐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출석하면 에스엠의 시세 조종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거나 직접 지시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것은 금감원 측이 김 센터장의 관여 정황을 파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IT 업계에선 이번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의 미흡한 경영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카카오 내부에선 에스엠 인수 건이 배 대표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폐쇄적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진 점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가 3월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할 때부터 임직원들 사이에선 ‘무리한 투자’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런 의견이 경영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카카오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배 대표가 에스엠 인수 건을 비롯한 주요 투자 전략 관련 정보를 독점하고 보고해온 터라 현재 시스템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회사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법무팀이나 재무 담당 임원의 합의를 받고 정보 공유를 하지만 카카오는 그런 구조 없이 자율에 맡겨두는 경향이 컸다”면서 “단기간에 성공을 일궈내면서 의사 결정 과정을 통제하고 합의하는 체계를 카카오에선 오히려 ‘뒷다리 잡는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있었는데, 결국 터질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최고위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는 금융 계열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재판 과정에서 카카오가 회사 차원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를 분리해야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6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시세 조종은 자본시장법과 금융 관련 법령 위반 행위”라며 “유죄가 확정되면 5년간 의결권 행사를 못 하게 되고 이 경우 지배주주인 카카오의 지위가 흔들리는 만큼 금융위원회가 매각 처분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주가조작 피의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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