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코스피가 7개월 만에 2,400 선을 밑돌았다. 중동 전쟁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고금리가 더 오래갈 것이라는 ‘H4L(Higher for Longer)’ 공포까지 더해지면서 전 세계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어섰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9%(40.80포인트) 하락한 2,375.00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2,400 선 밑으로 떨어진 건 올해 3월 21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현재 코스피에서 거래 중인 전체 종목 중 81%가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도 1.89%(14.79포인트) 떨어진 769.25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38조3068억 원 증발했다. 코스닥은 이틀 새 4.96%(39.64포인트) 급락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하락한 건 미국의 긴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5.001%까지 상승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는 발언이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美 국채금리-중동’ 악재 쌓인 증시… “당분간 변동성 클듯”
코스피 7개월만에 2400 붕괴 파월 발언에 美 국채금리 5% 뚫어 추경호 “고금리 장기간 지속 가능성”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9일(현지 시간) 뉴욕 이코노미클럽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며 “2%대 물가로 떨어뜨리기 위해 동료들과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오랫동안 충분히 높지 않았을 수 있다”며 “연준의 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는 않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마의 벽’으로 불리는 5%를 뚫은 가운데 금리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라는 두 개의 전쟁을 지원할수록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 자경단’ 용어를 만든 경제학자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경단이 돌아왔다”고 썼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 재정적자 우려 등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때 국채를 다량 매도해 금리를 높이는 투자자들을 일컫는다.
해외발 악재가 쌓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는 주식시장을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시킬 수 있는 변수”라고 말했다. 다만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큰 변화 없이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증시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굉장히 긴장하면서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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