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위험물 쉽게 적발… 시간 단축”
국토부 등과 함께 10여년 만에 성과
보안장비 시장 2028년 10조원 전망
美-英 양분 시장에 진출 기반 마련
지난달 25일 경기 용인시의 보안 검색 시스템 전문기업 에스에스티랩의 실험실.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가방 등 수하물이 ‘E3S’라는 이름의 보안 검색 장비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3S는 X레이로 수하물을 판독해주는 장치다. 공항에서 짐 검사를 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그 장비와 비슷했다.
그런데 식별 화면에는 2차원(2D)이 아닌 3차원(3D) 형태가 나타났다. 직원들은 화면 내 물건을 앞뒤, 위아래로 돌려보며 판독했다. 최광윤 에스에스티랩 대표는 “입체적인 3D로 수하물을 보면 위험물 적발을 더 잘할 수 있다. 가방 등에서 액체류를 직접 꺼내지 않아도 돼 공항 보안 검색 시간이 크게 짧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ESS는 최근 유럽항공청(ECAC) 인증을 받았다. ECAC 인증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럽 시장 상용화를 위해서는 꼭 통과해야 하는 과제다. 진화하는 폭발물과 위험물 등을 모두 판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난도가 가장 높은 ‘인증 끝판왕’으로도 불린다.
ECAC 인증을 획득한 국가는 미국, 영국, 중국 등 3곳뿐이었다. 이번 인증으로 한국은 ECAC 인증을 획득한 4번째 국가가 됐다. 기업으로 따지면 7번째다. 중국 보안 장비는 해외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는 걸 고려하면 대부분 미국과 영국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2년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에스에스티랩과 함께 ‘차세대 항공 보안 검색 장비 기술 개발’ 과제를 시작했다. 10여 년 만의 성과인 셈이다.
ECAC는 처음엔 “테러리스트와 연관됐는지 누가 아느냐”며 에스에스티랩과의 미팅조차 거부했다. 국토부가 나서 이 업체를 보증해 주고서야 인증 기회를 얻었다. 최 대표는 “정말 막막했다. 어떤 물체와 액체로 장비 테스트를 하는지도 안 알려줬고, 시험 장소도 평가 직전에 알려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험에 떨어지면 통과 못 한 이유가 뭔지도 몰랐다”면서 “몇 차례나 항공기로 장비를 옮기고 시험을 보는 데만 수억 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에스에스티랩은 올해 8월 초 인증을 획득했다. 그리고 최근 ECAC 홈페이지에 인증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 영국이 양분했던 세계 보안 장비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에스에스티랩은 미국교통안전청(TSA) 인증도 진행하고 있다.
보안 장비 시장은 고성장이 예상된다. 23일 항공보안업계에 따르면 올해 X레이 보안 검색 시스템 시장 규모는 약 57억 달러(약 7조7000억 원)다. 매년 5∼6%씩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8년에는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증은 한국 고유의 보안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국내에 도입된 보안 검색 장비들은 외산이다 보니, 장비에서 얻어진 정보들도 모두 해외로 넘어갔다. 에스에스티랩의 장비를 사용하면 보안 데이터를 해외로 유출시키지 않아도 된다. 이 데이터를 축적하면 추후 인공지능(AI) 및 보안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현장 배치와 실증이다. 국내 시장에서 실적이 쌓여야 수출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준상 국토부 항공보안정책과장은 “항공 보안 장비 국산화 정책에 따른 성과인 만큼 세계 시장에서 선택받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며 “제2, 3의 국산 기술 보유 업체들이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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