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피눈물’을 흘린 세운지구의 대개조 계획이 확정됐다. 종묘~퇴계로에 약 14만㎡의 녹지 축을 조성하고 직·주·락 도심으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세운상가군 7개동과 공중 보행로의 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세운지구’는 오 시장의 도심 개혁 프로젝트인 ‘서울 대개조’의 대표 상징적인 지역이다. 10여 년 전 임기에도 추진됐으나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보존’에 방점을 두며 재개발은 표류했고, 그러는 사이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97%에 달하며 오 시장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됐다.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보면 ‘녹지 생태 도심’ 실현을 위해 세운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PJ호텔, 인현(신성)상가, 진양상가 등 상가 군을 단계적으로 공원화할 계획이다.
노후한 상가를 헐고 단계적으로 공원화한다는 구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1100억원 들여 만든 공중 보행로도 철거해야 한다.
7개 건물로 구성된 세운지구 상가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공중 보행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됐다.
1단계 구간은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 3개 건물을 연결하는 지상 3층 높이 다리로 총길이는 500m로, 2017년 9월 개통했다. 2단계는 삼풍상가~호텔PJ~인현상가~진양상가를 연결해 지난해 준공했다.
시에 따르면 보행로 건설 당시 하루 통행량이 1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예상의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1.4㎞ 중 청계상가와 대림상가 구간은 청계천과 시너지를 발휘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나머지 구간의 통행량은 저조하다. 특히 삼풍상가-호텔PJ 구간의 보행 데크의 통행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구간별 기복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공중 보행로를 놓고 ‘대못’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 오 시장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임 시장님 시절 1100억원을 들여서 공중 보행로를 만들어, 속된 표현으로 대못질을 해 놓고 나갔다”며 “이것이 거의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 임기 내에 세운상가군 7개 동을 모두 철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전망이다. 오 시장이 ‘5선 서울시장’의 뜻을 드러내는 것도 이번에는 ‘세운지구 재개발’ 등이 계획대로 실현돼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많다.
오 시장 임기 내 철거가 가능한 건물로는 삼풍상가와 PJ호텔이 꼽힌다. 오 시장이 지난달 20일 북미 출장에 동행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언급한 ‘수용’ 방식을 삼풍상가와 PJ호텔에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회원 서울시 도심재창조과장은 이날 약식 브리핑에서 “을지로는 전통적인 상업 공간으로, 중심 사업지역으로 상향해 밀도 있는 개발을 할 예정이다”며 “을지로와 가장 연접한 상품상가와 PJ호텔을 도시계획시설 공원사업으로 공공에서 가장 먼저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주민 공람을 시작으로 공청회, 타당성 조사, 예산 편성 등 행정 절차를 거치면 오는 2026년쯤에야 철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가 7개 동 중 한 곳이라도 철거가 확정되면 이와 연결된 공중 보행로도 함께 철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 과장은 “공중 보행로 처리 방안은 고민 중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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