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농부의 꿈 “수세미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키울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5일 03시 00분


수세미 농장 경영하는 양서진 팜투에코 대표
재배 농가 많지 않아 시장성 좋은 편
매달 100만 원의 영농정착금도 큰 도움

경북 구미에서 ‘팜투에코’ 농장을 경영하는 양서진 대표는 영농인, 엄마, 아내 등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그는 “수세미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북 구미에서 ‘팜투에코’ 농장을 경영하는 양서진 대표는 영농인, 엄마, 아내 등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그는 “수세미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상북도 구미에서 ‘팜투에코’라는 농장을 경영하는 양서진 대표(38)는 수세미를 재배한다. 주변에 수세미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그게 작물이 되느냐”라고 의아해하는 반응을 자주 접하게 된다는 양 대표. 샤인머스켓, 블루베리 등 요즘 농부들이 많이 재배하는 작물에 비해 수세미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수세미를 재배하는 농가는 전국 모두 합쳐봐야 10곳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 안 되는 작물’이겠지만 저는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겁 없이 뛰어들었죠.”

양 대표는 농지 9917㎡(약 3000평), 비닐하우스 165㎡(약 50평)에 수세미 농장을 구축해 생산하고 있다. 1인 농장 시스템이다. 농번기에 공무원인 남편이 돕기도 하지만 여자 혼자서 3000여 평의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 2, 1학년 등 돌봐야 할 자녀가 4명이나 있다.

그러나 양 대표의 입에서는 “힘들다”라는 말 대신 “농사는 주부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학 졸업 후 결혼해 전업주부로 살았습니다. 막내가 유치원생이 됐을 때쯤 내 일을 갖고 싶었지만 아이 넷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곁에 있어주면서 워킹맘으로 살고 싶다면 농사만큼 적당한 것이 없습니다.”

수세미라는 작물을 정하는 데도 주부의 센스가 작용했다. 2016년 지인의 농장에 갔다가 우연히 말린 수세미를 건네받고 아기 그릇을 닦아봤다. 잘 닦였다. 더 중요한 것은 친환경적이라 버릴 때 고민이 덜하다는 점이다.

“설거지는 주부의 주요 일과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수세미 같은 작은 것이라도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싶은 것이 모든 주부의 마음입니다.”

수세미를 키워보자고 결심하고 남편과 상의해 2020년 토지를 구매하고 이듬해 ‘팜투에코’를 설립했다. 그때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2021년 사업에 선정돼 토지를 구매할 수 있었고, 매달 100만여 원씩 받는 영농정착지원금은 농자재를 구입하는 데 보탰다. 만약 지원금이 없었다면 가정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 양 대표의 설명이다.

수세미는 씨를 땅에 심어서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기까지 대략 100일 걸린다. 덩굴식물이어서 위로 높게 뻗으며 자란다. 사람 키를 넘는 것은 보통이어서 지지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다 자라면 초록색의 사람 팔뚝만 한 수세미가 된다. 이를 수확해 물에 삶아 건조시키면 우리가 아는 연한 갈색의 수세미 제품이 된다.

지난달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에 참가한 ‘팜투에코’. 팜투에코 제공
지난달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에 참가한 ‘팜투에코’. 팜투에코 제공
양 대표는 긴 수세미를 3등분해서 설거지용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찻잔 받침, 향기 주머니 등을 만들 수 있는 수세미 바느질 키트도 판매한다. 열매 형태의 수세미 차도 제품화했다.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없이 친환경적으로 수세미를 재배하자는 것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덕분에 ‘풀(잡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벌레 피해도 적지 않다. 농사 경험이 많은 마을 주민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천연 살균제 등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양 대표는 귀농 후 성격이 활발해진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꼽았다. 여성 농부가 연고도 없는 구미로 와서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며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양 대표의 성실함에 마음을 열고 트랙터를 빌려주고 다양한 농사 팁을 전수해줬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먼저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드링크를 권하며 살갑게 다가선 양 대표의 노력도 있었다.

“농사는 혼자 지을 수 없습니다. 다른 농장 분들과 함께 점심 먹고 밭에서 함께 일하고, 저녁때 일 끝나면 다 같이 모여서 ‘한잔’ 하러 갈 때 ‘이런 게 농촌 생활이구나’라고 깨닫습니다.”

양 대표는 수세미 식초, 수세미 홍삼, 스틱형 수세미 건강기능식품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제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올해 3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5년 내 2억 원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궁극적으로 ‘팜투에코’라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주부 영농인 양 대표의 꿈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수세미지만 다양하게 가공하면 시장은 넓다고 봅니다. 주방용 제품으로 확대해 세계로 커 나가고 싶습니다.”

#공기업감동경영#공기업#수세미#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팜투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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