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카카오를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카카오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금융당국은 카카오에 카카오뱅크의 경영권은 물론이고 에스엠 인수를 아예 포기하라는 압박도 강하게 걸고 있다. 카카오의 불법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카카오의 전면적인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의 시세 조종 혐의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원장은 “권력과 돈이 있는 분들 또는 제도권에서 제도를 이용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분들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를 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문제 되는 여러 건들은 그러한 경고를 한 뒤에 발생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등은 적법한 절차 내에서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카카오의 불법 거래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박탈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내놨다. 금감원이 카카오의 에스엠 인수를 직접 무효화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이를 두고 카카오에 에스엠을 스스로 매각하라는 압박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특히 “(카카오) 법인 처벌 여부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카카오 경영진이 받고 있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양벌 규정’ 적용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 규정은 법인의 대표자 등이 해당 법을 위반할 경우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등 경영진뿐 아니라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처벌이 현실화될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으면 인터넷은행 지분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경우 카카오는 현재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지분(27.17%)에서 17%가량과 함께 대주주 자격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전날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 센터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시켜 16시간 가까이 조사를 이어갔다. 앞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김 센터장 등은 올 2월 에스엠 경영권 인수전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 원을 투입해 에스엠의 주가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 이상으로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원장은 “해당 건(카카오 사건)을 이번 주 내에 검찰에 송치하면서 (사건에 대한) 저희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금감원 특사경의 구속 기간은 최대 10일로 앞서 19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배 대표에 대한 구속 기간은 27일께 끝난다.
다만 이 원장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김 센터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날 홍은택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부르는 등 카카오 수뇌부를 향한 수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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