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선사인 HMM(011200) 매각전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연내 매각 방침을 고수했던 KDB산업은행이 적격한 인수자가 없다면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혀서다. 관련업계는 하림·LX·동원그룹 등 중견3사가 뛰어든 이번 매각전 유찰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봤다.
25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강석훈 산은 회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 매각과 관련, “적합한 (인수) 회사가 없다고 판단되면 유찰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이전 입장과 분위기는 달라졌다. 산은은 그동안 연내 HMM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강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 작업이 차질없이 수행되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강 회장의 유찰 발언에 HMM의 연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지난 9월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한 HMM 매각전은 현재 하림·LX·동원그룹의 실사가 진행 중이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약 2개월의 실사 후 11월 중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보유 중인 HMM 주식 3억9879만주를 매각한다. 산은과 해진공이 각각 보유한 HMM 구주 1억120만주, 9759만주와 1조원어치의 영구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해 발행하는 신주 2억주를 더한 것이다. 매각가는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꾸준히 유찰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림·LX·동원그룹이 HMM을 인수하기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하림·LX·동원그룹의 총자산은 각각 7조원대로 HMM 26조원의 3분의 1을 밑돈다. 인수 후보 3사의 총자산은 LX인터내셔널(001120) 7조7000억원, 팬오션(028670) 7조5000억원, 동원산업(006040) 7조1000억원이다. 세 곳을 합쳐도 HMM보다 적다.
자기자본 역시 팬오션 4조5000억원, LX인터내셔널 3조원, 동원산업 2조9000억원 등으로 HMM 20조7000억원보다 한참 부족하다. 이에 시장에서는 승자의 저주 등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전날 국감에서 산은의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강 회장의 답변 역시 이 같은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HMM 인수에서) 자금조달계획 중 외부 차입 비율에 제한을 둬 이자비용 문제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또 고배당 자금 빼가기 문제와 인수기업 대출 관심이 크다”고 질의했다.
이에 강 회장은 “저희 입장에서는 재무적 안정성을 고려할 때 외부 자기자본의 비율이 얼마나 높을 것인가가 아무래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인수 후보자들에 대한 대출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MM 매각전 유찰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입찰 시 대기업의 참여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차의 입찰 가능성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시 매각 무산 후 산은은 한화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공개 입찰로 전환한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추진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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