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2 영끌’ 붐을 야기한 정책대출이 종료하자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 하락에 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도봉구에서는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20평대 3억원 수준 거래가 이달만 여러 건 체결돼 시세로 자리잡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도봉구 방학동 입주 25년차 300가구 단지인 벽산아파트 전용면적 63㎡ 1층집은 이달 20일 3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 최고가 5억1500만원보다 1억6000만원(31%) 하락한 것이다.
쌍문동에선 1988년 입주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1500가구 대단지 삼익세라믹 58㎡ 2층집이 3억8200만원에 지난 23일 팔렸다. 전고점 대비 2억원가량(35%) 내렸다.
지난 7일엔 입주 27년차 2450가구 규모 도봉동 서원아파트 전용 54㎡ 3층집이 3억5500만원에 팔렸다. 향후 동북권 중심지 기대감으로 가격이 상승 중인 창동에선 소규모 단지이긴 해도 ‘국민평형’인 전용 83㎡ 4층집이 지난 5일 3억48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동안 서울 중저가 아파트 구매를 높인 정책대출이 막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판매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은 9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최대 5억원을 최장 50년 만기 고정금리로 대출해준 상품이다.
곧이어 시중은행까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아 가계대출 급증 ‘주범’으로 몰리자 예정보다 빨리 중단됐다. 현재는 주택 면적 85㎡·가격 6억원 이하·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에 제공하는 특례론 우대형 상품만 남았다.
도봉뿐만 아니라 서울 외곽지역 중저가 아파트 하락 거래가 두드러지고 있다. 프롭테크 ‘아실’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이뤄진 서울 아파트 하락거래 53건 중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곳은 21곳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노원구가 4곳으로 가장 많았고, 은평 3곳, 구로·금천 각 2곳에 이어 강서·강동·양천·동대문·중랑·관악·성북 각 1곳이다.
가장 높은 하락률은 입주 31년차 1800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예상되는 노원구 중계주공2단지에서 나왔는데, 전용 44㎡(4층)이 이달 21일 3억5000만원에 팔려 전고점 대비 2억3000여만원(39%) 내렸다.
프롭테크 ‘직방’은 “이달 들어 전국 상승거래 비중은 45.36%, 하락거래 비중 41.93%로 나타나 하락거래 비중이 다시 40%를 돌파하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가 본격 시행되고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등 매수자의 자금조달 허들이 높아지고 있어 회복되던 아파트 거래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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