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리스2’ 中 ‘궈왕’ 프로젝트 등
전쟁-재난 대비 통신망 구축나서
韓은 3년째 진전없어… 예타도 미정
총괄委 통과 등 사업에 총 7년 소요… “한국형 위성통신망 확보 속도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지구 저궤도 위성통신망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해외 각국에서는 정부 주도 또는 민간기업에 의해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속속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나 재해 등 국가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국형 위성통신망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블룸버그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미국 스페이스X의 우주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기존 통신망이 마비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서비스를 위해 9월 기준 4088대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쏘아올렸다. 궁극적으로는 위성을 4만여 대까지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비롯한 군 장비 통신과 인터넷망을 유지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머스크 CEO의 평전에는 지난해 머스크가 스타링크 작동을 중지시켜 러시아 해군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방해한 사실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앞다퉈 구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31억5000만 유로(약 4조5000억 원)를 투입해 자체 위성통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이리스2’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도 1만3000개의 위성을 쏘아올리는 ‘궈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의 저궤도 통신위성은 전무하다. 군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 등은 지구 상공 3만6000km 상공에 위치해 있는 정지궤도 위성이다. 300∼1500km 높이에 떠 있는 저궤도 통신위성에 비해 지구와의 거리가 멀어 통신 지연율이 높다. 저궤도 통신위성의 평균 통신 지연율은 수십 ms(밀리세컨드·1ms는 1000분의 1초)인 반면 정지궤도 통신위성은 수백 ms에 달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800억 원을 투입해 저궤도에 통신위성 세 개를 발사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유사 사업을 2021년과 지난해 연이어 추진했지만 국가연구개발 사업평가 총괄위원회가 활용도 부족 등을 이유로 예타 신청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30일 총괄위원회가 결정할 예정이다. 총괄위원회는 과기혁신본부장을 위원장으로 정부·민간위원이 참여한다. 총괄위원회가 예타 신청을 결정하더라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이 수행할 예타를 넘어야 사업이 추진된다.
이 단계를 모두 통과하더라도 사업에는 총 7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업은 기술 획득을 위한 시범 배치가 목적이어서 실제 상용화와는 거리가 멀다. 과학계에서는 실제 위성통신망 구축을 위해서는 저궤도 위성이 200대 이상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역시 위성통신망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저궤도 위성통신체계 사업은 내년 선행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며, 위성 수량이나 전력화 일정은 미정”이라고 전했다. 방사청은 빠르게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자체 개발이 아닌 민간 기술 및 체계를 활용하는 ‘신속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일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실제 군 시범 배치는 2025년경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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