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는 대한의 완전 자주 독립과 문화강국을 소원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사람은 문화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잘 안다. 케이팝이 크게 기여했다. 한국 문화의 힘은 음악에 그치지 않고 영화, 음식 등 다방면으로 뻗어가고 있다. 지난여름 새만금에서 치른 세계 잼버리 대회 때 우리의 안전보건 대응은 실패였다. 서울에서 케이팝 공연을 성공리에 치러 추락한 한국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린 것은 정말 다행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꼽으라면 생명·안전문화를 들고 싶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재 한국의 경제적·문화적 위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높은 자살률과 일터 사망 사고를 꼽을 수 있다. 자살과 일터 근로자 사망을 가져오는 중대재해 모두 사회적 악이라 할 수 있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법을 제정 및 개정하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오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 사망 감축 속도는 정체돼 있다. 까닭이 무엇일까. 지금도 지게차 운전자는 후진하면서 뒤를 한번 살피지 않는다. 중량물을 이동시키는 작업 반경에서 다른 근로자가 태연히 작업을 한다. 안전모·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채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일도 흔하다. 이런 모습이 일상적 일터 작업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일상으로 일어나는 노사의 안전 의식과 문화는 그대로인데 지도 감독, 컨설팅, 재정 지원으로만 이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자기규율 예방 체계와 안전문화 확산을 두 축으로 중대재해 감축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밝혔다. 안전문화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힘이 있고 오래가며 나무의 뿌리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 우리 일터에 안전문화가 뿌리를 깊게 내리려면 노사는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습관을 바꿔 문화로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예산은 그 중요성과 시급성에서 보자면 너무나 미미하다. 튼튼한 뿌리를 지닌 나무를 키워내려면 알맞은 자양분을 제때 공급해야 하듯이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투자를 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은 매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열악한 안전보건시설 개선을 위해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안전문화 확산에 대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만약 시설개선 예산의 10%만 지속적으로 안전문화 확산에 투입할 수 있다면, 2∼3년 안에 대한민국의 일터 안전문화와 분위기는 확 바뀌지 않을까. 산재 예방 캠페인 및 공익광고 등 산재 예방 홍보와 같은 소프트웨어 투자 예산을 소모 비용으로 여기는 인식이 지속하는 한 안전문화 강국의 꿈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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