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감 해소하는 게 목표
국민참여형 도시숲 프로그램 개발
자연과 교감하는 예술 통한 회복
28일 세종특별자치시 국립세종수목원 후계목 정원. 세 가족이 너른 잔디마당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판토마임 같기도,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했다.
“여러분,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숨을 쉬고 있어요. 나무가 어떻게 숨을 쉴 것 같아요? 우리 한 번 나무가 된 것처럼 나무를 표현해볼까요?” (강사)
서유찬(6) 군 가족은 나무를 몸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벌이 ‘윙’ 나는 소리와 열매가 ‘탁’ 떨어지는 소리를 동작과 소리로 나타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이준서(9) 군도 아버지와 함께 나뭇가지 사이로 이는 바람을 물결처럼 몸으로 표현했다.
이들 가족이 이날 참여한 프로그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국립세종수목원이 함께 한 ‘정원 속 예술치유 축제’ 중 하나인 ‘예술치유 자연극장-정원으로 가는 길’. 수목원의 정원길을 나무와 식물이 되어 걸어보며 자연의 생태 감각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춤의 행렬이 새로운 정원의 길을 만든다는 취지다.
진흥원은 도시숲 예술치유를 위해 조경·정원 전문가, 예술가, 예술치료사 등 분야별 전문가와 협력해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유찬 군의 아버지인 서상영 씨(53)는 “수목원에 자주 오는데도 이번에 숲과 나무를 주제로 표현해본 건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춤을 통해 가족 공동체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의 후계목 정원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2020년 6월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은 천연기념물, 역사적 상징성, 희귀성 등이 있는 나무의 유전자원을 수집·보전해 1ha 규모의 후계목 정원에 선보였다. 경기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와 경남 의령 성황리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9호)뿐 아니라 아이작 뉴튼이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사과나무의 후계목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서 군 가족은 이날 천연기념물 제522호인 충북 청주시 연제리 모과나무 후계목 앞에서 나무를 온몸으로 표현해본 것이다.
‘정원으로 가는 길’ 프로그램을 담당한 송주원 안무가는 “산에 가려면 마음먹고 준비할 게 많지만 도시숲에서는 나만의 나무를 친구 삼아 사람에게는 말 못하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지속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며 “자라나는 미래세대가 나무가 돼 보는 체험을 통해 나무를 관상 대상이 아닌 친근한 생명체로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예술치유 자연극장’ 프로그램 9종을 개발해 그중 2종을 이번 ‘정원 속 예술치유 축제’에서 선보였다. ‘정원으로 가는 길’과 ‘종의 집’ 영상 전시다. 진흥원과 수목원이 함께 기획·운영한 ‘종의 집’ 프로그램은 참여자가 꽃가루 매개자가 되어 다양한 생물종이 함께 사는 집을 상상해 디지털 폴리네이터(pollinator·꽃가루 매개자) 정원을 만들어보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진흥원 측은 “자연을 무대로 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고물가 저성장 기조로 인해 야기되는 고립과 우울감 등 사회적 문제를 극복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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