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69% 급증, 경기반등 기대… 中-중동 리스크가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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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생산-소비-투자 일제히 늘어
정부, ‘상저하고’ 흐름 가시화 평가
中, 경기지표 악화… 회복 더뎌
중동전쟁-유가 등 경제 위험요인

올 9월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늘었다. 뚜렷한 반도체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4개월 만에 국내 경제의 세 축이 모두 증가하면서 연말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고물가·고금리로 위축된 민간소비 등 악재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반도체 수출 늘고, 재고는 감소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1% 증가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0.2%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전달보다 8.7% 늘었다. 이들 세 지표가 일제히 증가세를 보인 건 올 5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전체 산업생산 증가를 이끈 것은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였다. 올 7월 2.5% 감소했던 반도체 생산은 8월 13.5% 증가한 데 이어 9월에도 12.9% 늘었다. 반도체 생산이 두 달 연속으로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인 것은 2009년 1, 2월 이후 14년 7개월 만이다.

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재고는 감소했다. 반도체 재고는 9월에 6.7% 줄면서 6월(―12.3%)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출하가 전달보다 69.4% 늘어나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보인 결과다.

전체 산업생산을 놓고 보면 반도체를 포함한 광공업(1.8%)과 더불어 서비스업(0.4%), 건설업(2.5%), 공공행정(2.3%)까지 생산 부문 4대 업종이 모두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 2, 3월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정부는 그동안 예상했던 ‘상저하고’(상반기 경기 둔화, 하반기 반등) 흐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수출도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이 예상되는 등 경기 개선 흐름이 4분기(10∼12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중국발 쇼크에 증시 출렁…“소비 회복 힘들어”


그러나 중국의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중동전쟁 등의 대외 리스크가 여전해 경기 회복을 마냥 낙관하기도 어렵다. 이날 중국의 경기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증시는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0.7포인트 하락한 49.5로 집계됐다. 중국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9월에 6개월 만에 처음으로 50.2를 보였지만 10월 들어 다시 5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중국발 악재 속에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1.41%와 2.78% 하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모두 올 1월 이후 최저치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 하락이 2차전지주 급락의 빌미를 제공한 상황에서 중국발 PMI 쇼크도 투자 심리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미국 등 주요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을 최대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한국 경제가 대외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월 소매판매가 상승 전환했다지만 그 폭이 미미하고 소비자 심리지수는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고물가 속에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경기에 대한 우려를 감안하면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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