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전동화 전략을 대거 수정하고 있다. 새로운 전기차 출시를 늦추고, 공장 설립을 연기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일부 업체는 인력 감축도 단행할 계획이다. 폭풍전야 상황에서 몸을 잔뜩 움츠리는 모습이다. 반면 글로벌 3위 현대차그룹은 시장 어려움이 있지만,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계획이다. 채용 역시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그룹은 소프트웨어(SW) 부문 자회사 카리아드(Cariad)의 인력 2000명을 줄일 계획이다.
카리아드는 폭스바겐그룹이 2020년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내재화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로 그룹의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대표하는 곳이다. 설립 당시 폭스바겐그룹은 직원 규모를 2026년까지 1만명으로 늘리고, 300억 유로를 연구자금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폭스바겐그룹의 전동화 전략도 전면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인력 감축뿐 아니라 2026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신규 공장 설립 계획도 백지화하고, 전기차 생산 계획도 축소하겠다고 했다.
속도를 늦춘 건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포드와 GM(제너럴모터스) 그리고 전기차 선도업체 테슬라까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시작은 테슬라의 실적 발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폭풍이 몰아치는 경제 조건 속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면서 전기차 수요 위축을 강하게 우려했다. 지난해 “테슬라는 불황에 회복력이 있다”고 말한 것과 완전히 다른 얘기다. 테슬라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7억6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GM은 지난 26일 혼다와 공동 개발 중인 보급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전면 취소했고,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도 1년 늦추기로 했다. 포드 역시 전기차 투자액을 줄이고, 연간 60만대 전기차 생산 계획도 미뤘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전략 궤도를 수정한 것은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더 빨리 꺾여서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 증가세는 계속됐지만, 그 폭은 2021년 115%, 2022년 61% 등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전기차 확산세가 더뎌진 것이다. 주요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선 신차 구매 금리가 최근 7.4%까지 올랐다.
반면 현대차(005380)그룹은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잠깐의 ‘허들’이 있겠지만, 전기차 생산을 줄이거나 개발을 늦추지 않겠다고 했다. 2024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일정도 계획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전기차 194만대를 팔 계획이다. 지난해 판매량 37만5000대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전동화 전략 추진을 위한 인력 채용도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은 현재 20여개 분야에서 채용 공고를 내고 상시 채용 중이다. 임직원 수도 2021년 말 170여명 수준에서 지난해 말 350명을 넘었다. 현재는 400명 이상의 직원이 포티투닷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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