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내년 유가 90달러로 오르면 물가 예상치 다 바꿔야”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1일 16시 53분


중동 분쟁 장기화·美경제호조에 고금리 뉴노멀 우려
정부 관계자에 "우리기업 중국서 나올때 도와줘야"
"해외노동자 들여와 노인 봉양에 활용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고령화에 따라 청년층의 생산성이 제약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해외 노동자를 들여와 노인 봉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간의 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및 미국의 경제 호조에 따른 고금리 뉴노멀을 우려하는 한편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에서 나올때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시각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무역파고 어떻게 극복하나’ 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사회자로 나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평소 궁금했던 사안을 질의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나눴다.

대담에서는 국제유가와 미국과 중국 패권 경쟁,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인구가 줄어들면 룩셈부르크와 같은 나라처럼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우선 아이를 많이 낳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인구가 적더라도) 새로운 경제모델로 새로운 선진국으로 도전해볼 시기가 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청년층의 창의성을 이용해서 생산성을 늘리자는데, 노인 봉양 문제에 창의성 발휘가 쉽지 않다”면서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그 문제(노인봉양)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교 문화가 있고 부모 입장에서 자식 교육을 다 시켰으니 내가 아프면 자식이 도와줄 것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많은 국민이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라면서 “해외 노동자를 들여와서 노인 봉양하는데 쓰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과 국제유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중국과 유가 중 우리나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꼽아달라는 이 총재의 질문에 이 교수는 중국 경제를 택했다.

이 교수는 “IMF가 중국 경제에 대해 올해는 5%, 내년에는 4.5%를 예상하지만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가 어려운 만큼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중국 경제”라면서 “유가는 짐작이 어렵지만 90~100달러로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 입장에서는 8~9월 물가가 반등해 유가가 중요하다”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어떻게 변할지 불확실성이 크고, 1~2개월 급격히 나빠지지 않더라도 이런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 교수는 “중동에 이란의 직접 개입이 없다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본다”면서 “테러의 위험이 커지면 리스크가 글로벌하게 커지지만, 유가와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난 충격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유가 오름세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이 총재는 “내년 유가를 84달러로 생각하는데 이런 사태로 90달러로 오르면 예상치가 다 바꿔야 한다”면서 “좋은 뉴스가 아니다. 미국 경기가 좋아서 고금리가 뉴노멀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 1.4%, 내년 성장률 2.2%를 예상한 바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3.5%, 2.4%다. 다만 이는 모두 하반기 브렌트유 평균값을 84달러로 가정했을 때 수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내년 끝까지도 거의 5%가 유지되며 과거와 비교도 되지 않은 고금리가 상당히 유지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내려오겠지만, 어느정도 낮춰질 껀지는 인구구조 변화와 생산성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역시 “미국의 경우 재정적자가 커서 쉽게 안내려 갈 것”이라면서 “최근 6개월 내에 장기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아졌다”고 했다.

중국 리스크에 대한 문답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미중 갈등에 따라 기업들의 국내 리쇼어링(자국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이 맞는건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중국에서 돌아오는 부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리쇼어링보다는 중국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변화 추진이 많다”면서 “기본적으로는 무역 장벽보다는 중국의 경쟁력이 커지면서 어려워지는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중국과 미국의 산업정책 지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교수는 “백신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굉장히 컸던 만큼 지원이 나쁜 것이라도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인력이나 인프라 지원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봤다.

이 총재는 “미국 역시 산업정책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면서 “국가 안보 등 명목으로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해 “기업들이 중국에서 빠져나올때 법적 문제 등을 정부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안화 패권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이 총재와 이 교수 모두 아직 시가 상조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달러 패권이 오래갈 것”이라고 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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