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열악해 지원자 갈수록 줄어
적정 인원 대비 41% 가량 부족
백신 접종 제대로 안될 가능성
소가 걸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전문 방역 인력인 가축방역관 양성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가축방역관은 적정 인원보다 800명가량 부족하다. 가축 전염병 확산 때마다 인력 부족이 문제가 됐는데도 여전히 정부 예산 투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가축방역관은 1152명으로 적정 인원(1955명) 대비 41.1%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적정 인원 대비 미충원율은 부산(68.6%)이 가장 높았고, 대전(58.3%) 전북(55.1%) 등이 뒤를 이었다.
가축방역관은 지자체에 소속돼 방역 업무를 전담하는 수의사다. 임상검사, 시료 채취, 백신 접종 등 대부분의 방역 업무를 전담하고 있지만 처우가 열악해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가축방역관 평균 초봉은 3000만 원 수준”이라며 “동물병원 수의사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은데도 처우가 좋지 않아 지원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가축방역관 양성을 위한 예산이 마련돼 있느냐’는 어 의원 질의에 “별도 예산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축방역관은 지자체 소속이라 중앙정부에선 별도의 예산이 없다”며 “각 지자체와 가축방역관 수당을 늘리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만성적 인력 부족이 이어지면서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데도 반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때도 방역관이 부족해 군 간부가 투입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정부는 최근 확산하는 럼피스킨병 방역을 위해 다음 달 10일까지 전국 소에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방역관 부족으로 제대로 된 접종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현행 규정상 소 50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가(전체 농가의 약 30%)는 수의사 없이 직접 접종을 해야 한다. 그러나 럼피스킨 백신의 경우 접종 방법이 다른 백신과 달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지원이 어렵다. 한 지자체 방역 담당자는 “럼피스킨 백신의 경우 소의 살과 가죽 사이에 피하 주사를 놓아야 하는 등 접종 방법이 어려워 농가에서 도와달라는 문의가 많다”면서도 “다른 방역 업무가 워낙 많아 농장마다 도움을 주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기준 럼피스킨병은 전날 대비 5건 추가 발생해 총 74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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