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약 2년 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감산이 1년가량 누적된 영향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조금씩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오랜 조정을 겪은 뒤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D램 범용제품(PC향 8Gb 2133MHz)의 평균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거래 가격)은 1.5달러로 전달 대비 15.38% 올랐다. 해당 제품 가격은 2021년 4.10달러까지 오른 이후 계속 떨어져 올 8월 1.30달러까지 내려갔다. 직전 고점 대비 70% 떨어진 것이다. D램 가격이 상승한 것은 2021년 7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두 자릿수 상승률은 같은 해 4월(26.67%) 이후 30개월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1∼6월) 바닥을 찍고 하반기(7∼12월)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계속 커져왔다”며 “이번 가격 지표를 통해 시장이 살아난다는 신호를 명백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 역시 D램만큼 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10월 범용제품(메모리카드·USB향 128Gb MLC) 가격이 전달 대비 1.59% 오르며 27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7∼9월) 업황이 저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부품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고객사의 구매 문의가 늘고 있다”며 “4분기(10∼12월)는 글로벌 IT 수요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회복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6일 “메모리 감산 효과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나타나며 극심했던 다운턴(침체기)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며 “지난 2년간의 조정기에서 벗어나 앞으로 PC, 스마트폰, 서버 등 모든 부문에서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4분기부터, 삼성전자는 올 2분기(4∼6월)부터 감산에 나섰다. 세 업체의 D램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95%에 달한다.
스마트폰 시장은 연말 프로모션 등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4분기부터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4.7% 감소하며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은 11억5000만 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에 다시 4.5% 성장을 기록한 뒤 2027년까지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최근 세계 최대 스마트폰 소비 시장인 중국과 관련해 “3분기 판매량 감소세가 둔화되며 시장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PC도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가트너는 “올 3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PC 출하량이 감소했으나 4분기부터는 성장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 PC의 교체 수요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탑재하는 디지털 제품이 늘며 (메모리) 고용량화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경기 회복 속도나 반도체 감산 중단 여부에 따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이 개선될수록 반도체 업체들은 감산 중단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쟁사 중 한 곳이라도 감산 전 원래대로 돌아갈 경우 내년 하반기 업황이 다시 둔화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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