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발본색원 및 충실한 피해회복 지속 추진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개최했다. ‘기한 없는 엄정한 단속’과 ‘피해자 지원 행정절차 단축’ 등을 강조했지만, 새로운 대책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범을) 지구 끝까지 추적해 처단해 달라”고 주문한 직후 열린 브리핑이었지만 내용은 맹탕이었다.
알맹이 없던 브리핑에 또 빠진 것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전세사기범 대신 돌려준 보증금을 회수할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HUG가 대위변제한 돈을 회수하는 주된 방법은 집주인의 주택을 경매에 넘기는 것이다. 문제는 경매를 통한 회수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HUG가 그동안 보증금 회수를 위해 경매에 넘긴 전세사기 주택 4622채 중 8월 말 현재 1221채만 낙찰됐다. 그나마도 보증금의 79%만 돌려받았다. 경매 이후 소송을 해도 보증금의 5% 정도만 회수된다. 이대로라면 대위변제 잔액 3조 원 중 약 5000억 원은 허공에 날릴 위기다.
HUG의 자체 노력만으로 대위변제액을 되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집주인이 은닉한 재산을 찾아낼 법적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 발의된 ‘특정경제범죄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범죄단체조직죄(범단죄)’를 확대 적용하는 등 검경 주도의 회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중처벌 요건이 ‘개별 범죄 피해액 5억 원 초과’에서 ‘전체 피해 금액 합산’ 방식으로 변경돼 전세사기범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 범단죄가 확대 적용되면 전세사기 일당이 보유한 재산이 어느 피해자의 돈인지 특정되지 않더라도 즉시 추징·보전할 수 있다.
지금도 수원과 대전 등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른 신규 전세보증 수요도 폭발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HUG의 대위변제액은 연일 증가할 테고, 허공에 날리게 될 국민 혈세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열중한 나머지 ‘잃어버린 소’를 되찾는 일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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