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재편 K쇼어링]〈중〉 ‘프렌드쇼어링’ 통한 광물 확보전
美中 갈등속 자원 수출통제 강화… 기업들 공급망 다양화로 돌파구
“정부-기업 힘 합쳐 광물 확보하고
대체 가능 나라와 물밑교섭 나서야”
경북 포항시 포스코퓨처엠 인조 흑연 공장은 안팎이 모두 분주하다. 공장 건물 안쪽에선 연간생산 8000t 규모로 준공된 공장을 조기 가동하려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밖에서는 이 공장 바로 옆에서 연산 1만 t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인조 흑연 생산공장 가동과 증설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중 갈등’과 맞물려 있다. 중국이 12월부터 고순도 천연 흑연 등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키자 정부와 포스코퓨처엠은 그 대책으로 포항 공장 조기 가동에 힘을 모은 것이다. 흑연 수급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일 “포항 인조 흑연 공장은 내년 상반기(1∼6월) 양산 예정인데, 조금이라도 가동을 앞당기려 애쓰는 중”이라고 했다.
● 해외에선 자원 확보, 국내선 소재 국산화
글로벌 시장에서 강화되는 ‘프렌드쇼어링’도 주요한 배경 중 하나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서 인조 흑연을 생산하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 대상이 된다. 프렌드쇼어링이란 우호국이나 동맹국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말한다.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 등의 생산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을 배제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맞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이런 국제 정세에 따라 동맹국에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원자재 수입 노선을 동맹국으로 바꾸는 등의 행태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공급망 다양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흑연(포스코인터내셔널), 아르헨티나에서 리튬(포스코홀딩스)을 확보했다. STX는 인도네시아서 니켈 광산 지분 20%를 인수한 데 이어 모잠비크에서도 흑연 판매권 추가 계약을 논의 중이다.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각각 캐나다, 칠레 등지에서 직접 리튬 구매계약을 맺는 등 공급망 안정화는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사례처럼 국산화 역시 프렌드쇼어링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화유코발트, 거린메이 등 중국 업체들이 국내에 합작 공장을 세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양극재 수출은 2022년에는 전년 대비 602% 증가한 13억3300만 달러(약 1조7800억 원), 올해 1∼8월은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한 19억96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미국의 양극재 수입국 중 한국은 2021년 5위에서 지난해 2위로, 올해는 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면 중국은 각각 2위, 4위, 5위로 하락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미중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앞으로 중국이 미국 견제용으로 ‘자원 무기화’ 카드를 자주 꺼내들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프렌드쇼어링은 기업 혼자 할 수 없기에 정부와 힘을 합쳐 원료 추가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방 국가에 상대국 기업 진출
일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에 16억 달러(약 2조1400억 원) 규모의 세포 배양 제조시설 설립을 발표했다. 일본 외무성의 ‘해외 진출 일본계 기업 거점 수 조사’ 등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거점 수는 2017년 3만2349개에서 2021년 3만1047개로 4% 줄었다. 반대로 미국(8606개→8874개), 태국(3925개→5856개), 인도네시아(1911개→2306개) 등 다른 국가로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크게 늘었다.
대만 팹리스 기업 미디어텍이 미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디자인 센터를 설립하는 등 미국-대만 간 ‘반도체 동맹’도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중국의 굴기를 견제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내에서도 프렌드쇼어링 전략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미 국민의 69%가 프렌드쇼어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9%에 불과했다. 미국은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업이 공급망 주요 단계를 중국이 아닌 대만, 인도, 베트남 등으로 이전했다.
스페인(76%), 이탈리아(71%), 독일(69%), 프랑스(59%) 등에서도 프렌드쇼어링에 대한 찬성이 절반을 넘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친밀도 하락과 대중, 대러 수입 제품의 비호감도가 커진 점이 이유로 분석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필수 상품이나 재료 원료를 전체적으로 조사해 공급망별 위험도를 주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정부가 대체 가능 원료를 지닌 나라와 원조나 문화 교류 등을 제안하면서 물밑 교섭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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