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 아이파크자이 등 고분양가 단지 실적 저조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 당첨자 절반 계약 포기
수원파크포레·트리우스 광명 1순위 마감 실패
부동산 수요 줄며 미계약·미분양 물량 더 늘 듯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수도권 분양 단지들이 잇따라 된서리를 맞고 있다. 매매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는 데 반해 분양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수요자들이 신중해지는 모습이다.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분양시장에서 관심단지로 손꼽히던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자이’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6.9대1에 그치면서 3개 타입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저조한 경쟁률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분양가 꼽는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2억1280만원(타운하우스 제외) 수준으로 6개월 전 같은 지역에서 분양한 휘경자이디센시아(9억7600만원)에 비해 기준 2억원 넘게 비쌌기 때문이다.
청약 불패로 불렸던 서울 분양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단기간 급등한 분양가에 대해 심리적 저항선이 생기는 모습이다.
미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의 경우 최초 분양 때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 절반 가량이 계약을 포기해 선착순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84㎡분양가가 최고 13억9393만원으로 배짱 분양가란 지적을 받아 왔다.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 역시 1순위 청약에서 25대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공급분의 약 40%에 달하는 72가구가 무순위 청약, 일명 ‘줍줍’으로 나왔다. 수도권에서도 할인분양을 고민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는 얘기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수원의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도 84㎡분양가가 최고 8억9900만원으로 비교적 비쌌던 탓에 431가구 모집에 218명만 신청하는 데 그쳤다. 광명의 ‘트리우스 광명’도 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건설사들이 연말 막바지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곳곳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확산하고 있어 미계약,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충남 ‘논산 푸르지오 더 퍼스트’는 399가구 모집에 177명만 접수했다. 우미건설이 울산 울주군에서 분양한 ‘울산 다운2지구 우미린 더 시그니처’는 특별공급 718가구 모집에 52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대출금리와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신중해지고 있다”며 “경쟁률보다는 계약률이 중요하다. 경쟁률은 높아도 실제 계약까지 이뤄지는 데는 서울 내에서도 단지별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자 입장에선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치솟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출 옥죄기에 나선 상황이다. 수요자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청약에 있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매매 시장도 거래량이 줄고 집값 상승세도 주춤하는 양상이다. KB부동산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보합(0.00%)을 기록해 11주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교보증권 백광제 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대출 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해 연내 스트레스 DSR 도입 추진할 방침이라 부동산 수요가 급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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