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가 이르면 다음 주에 뉴저지 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10월 31일 이런 내용의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오면서 위워크 주가는 40% 넘게 급락했는데요. 솔직히 놀랍지 않은 소식입니다. 이미 위워크는 지난 8월 초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회사가 존속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상당한 의구심이 있다”고 공개했죠. 이는 ‘12개월 안에 현금이 바닥나서 파산할 수 있다’는 자백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위워크는 전 세계 39개국에 777개 공유오피스 지점을 운영 중입니다. 고객 수도 약 65만명에 달하죠. 전성기 때보다는 쪼그라들었다지만, 여전히 공유오피스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돈을 계속 까먹고 있습니다. 2010년 설립 뒤 위워크는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는데요. 지난 2분기에도 막대한 적자(3억4900만 달러)를 기록했고, 6월 말 기준 남은 현금은 2억50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버는 돈에 비해 고정비용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매출의 74%를 임대료로 내고 있다고 하죠. 연간 임대료와 이자비용으로만 27억 달러 넘게 쓰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내야 할 임대료만 계산해도 100억 달러에 달하고요.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데요.
이용 고객이라도 늘면 일말의 희망이 보일 텐데, 그마저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75%였던 좌석 점유율은 72%로 감소했습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회사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고객 이탈은 가속화됩니다. 고객 보증금을 환불해주느라 현금 소진은 더 빨라지겠죠.
트렌디한 인테리어와 무제한 제공되는 커피·맥주, 코워킹(co-working)과 소셜네트워킹이라는 근사한 슬로건까지. 모두가 좋아했던 위워크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요.
테크회사라고 우기던 부동산회사
위워크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를 이야기할 땐 흔히 두 가지를 지적합니다. ①애초에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다. ②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 먼저 위워크의 사업 모델부터 살펴볼까요.
“우리의 임무는 세계 의식을 높이는 것입니다.” 2019년 8월 위워크가 화려한 기업공개(IPO)를 위해 제출했던 투자설명서(S-1 서류)에 등장한 문구입니다. 이는 결국 IPO 무산과 창업자 아담 노이만 퇴출, 수백억 달러의 기업 가치 증발로 이어지는 비극적 드라마의 시작점이 됐지만요.
‘세계 의식 고양’이란 알 수 없는 목표를 위해 아담 노이만이 택한 전략은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이었습니다. 일단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끌어모아 덩치를 키우면 언젠가는 네트워크효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게 되는 기술 플랫폼 기업처럼 말이죠. 위워크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 세계 핵심 지역의 건물과 부동산을 빨아들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풀려진 가격에 장기임대 계약을 맺는 경우도 적지 않았죠. 어쨌든 겉으로는 아주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동시에 ‘데이터 회사’로 스스로를 포장했습니다. 회원들의 작업 습관 데이터를 일일이 모아 분석해서 이를 작업 공간 설계에 활용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지금 보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당시엔 통했습니다. 공유경제를 선도하는 기술기업으로 평가받은 덕분에 상장 직전인 2019년 1월 위워크 기업가치는 무려 470억 달러(약 63조원)를 기록합니다. 특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죠.
하지만 S-1 서류에 담긴 적나라한 대차대조표는 위워크 비즈니스 모델의 실체를 까발렸습니다. 당시 위워크는 매출이 1달러 늘 때마다 지출이 2달러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계속 드는 부동산 사업’이 위워크의 본질이었습니다. 고객이 늘어도 추가비용은 거의 없는 기술기업의 사업 모델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죠. “위워크의 근본 문제는 본질적으로 부동산 사업인데 기술 스타트업처럼 행동하려는 시도였습니다.”(테크런던 어드보케이츠의 러드쇼 회장)
IPO 무산 뒤 그해 말 위워크 기업가치는 70억 달러로 곤두박질칩니다. 창업자 노이만은 쫓겨났고, 위워크는 출혈 지출을 멈추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부동산 비즈니스에 충실하게 바뀌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지원으로 살아난 위워크는 2021년 10월엔 SPAC(특수목적회사)을 통해 90억 달러 가치로 상장돼 반짝 부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이었습니다.
부동산 회사의 특징 중 하나는 경기를 많이 탄다는 점입니다. 위워크처럼 장기계약으로 부동산을 확보해(보통 15년 임대), 단기계약으로 고객에게 빌려주는 비즈니스는 특히 그렇죠. 경기가 좋아서 수요가 넘칠 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내는 임대료는 고정돼있는데 회비는 올려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경기가 고꾸라지고 회원 수가 줄면 임대료도 내기도 어려워집니다. 뉴욕대 금융학 교수인 애스워드 다모다란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경기가 좋을 땐 건물을 가득 채울 겁니다. 하지만 불경기가 되면 그들은 떠날 것이고 빈 건물과 지불해야 할 비용만 남게 될 것입니다.”
특히 위워크의 주요 고객 기반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저금리 호시절이 끝나고 스타트업에 투자 빙하기가 닥치자 그 한파가 고스란히 위워크에 몰아닥칩니다.
이게 다 팬데믹 탓? 글쎄
코로나 팬데믹과 재택근무 유행 역시 위워크 몰락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힙니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고객들이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위워크 이용을 줄줄이 취소했으니까요.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이스테인 반 니우에뷔르흐 교수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킨 요인이 위워크 쇠퇴를 초래한 요인과 동일하다”라고 설명합니다. 니우에뷔르흐 교수 연구에 따르면 도심 사무실 공간의 가치는 2019년부터 2029년까지 45% 감소할 거라고 하죠.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팬데믹 당시 위워크는 수많은 임대 계약을 재협상했고 일부 지점을 철수시켰습니다. 하지만 전체 임대료는 5%도 채 줄지 않았다고 하죠. 지점을 닫아도 수십억 달러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불리한 계약조건 때문이었는데요. 과거 빠르게 사무실을 늘리기 위해 몇년 치 임대료를 회사가 보증했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위워크의 파산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미국 사무용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입을 거란 점입니다. 파산 신청을 한다는 건 법원 결정에 따라 밀린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임대계약을 끝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위워크가 빌려쓰고 있는 건물 주인들한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미국 전체 사무실 공실률은 2분기에 18.2%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CBRE 통계). 자칫하면 위워크가 있었던 오피스가 고스란히 공실 목록에 추가될 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꼭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 ‘사무실의 종말=공유오피스의 끝’은 아니란 점입니다. 위워크의 쇠퇴가 워낙 극적이어서 다 그런 줄로 잘못 아실 수 있는데요. 실제로는 다른 공유오피스 기업은 오히려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서 최근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공유오피스 브랜드 ‘스페이스(Space)’와 ‘리거스(Regus)’를 운영하는 스위스 기업 IWG는 위워크보다 큰 세계 최대 규모의 공유오피스 사업자인데요. 올해 상반기 이익이 48%나 급증했습니다. 또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내다봤죠. IWG도 물론 팬데믹 땐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2020~2022년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렸죠. 그런데 올해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거라고 합니다.
IWG만이 아닙니다. 미국 공유오피스 기업인 인더스트리우스(Industrious)는 올해 매출이 35% 넘게 증가할 거라고 합니다. 이 회사 제이미 호다리 CEO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중 어느 때보다 수요가 많다.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과”라고 설명했는데요.
미국의 사무실은 텅텅 비어간다는데, 왜 공유오피스 수요가 늘어나냐고요? ‘3일 출근+2일 재택’ 방식의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이런 업무환경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공유오피스 이용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 5일 출근을 위한 고정적인 사무실 공간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유연한 업무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이 시점에 위워크가 파산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한데요. 결국 외부 환경 탓이라기보다는 위워크의 잘못된 과거 유산이 발목을 잡았다고 봐야겠습니다. 창업자 아담 노이만이 남겨놓은 엉망진창인 대차대조표와 아등바등 씨름하다가 나가떨어진 셈입니다. ‘리더의 그림자는 길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리더십의 실패는 조직에 아주 오래 남는다는 뜻이죠.
그래도 창업자는 잘 먹고 잘살더라
위워크 창업자 아담 노이만은 2019년 IPO를 앞두고 ‘세계 최초 조만장자’를 꿈꿨다고 하죠. 카리스마가 넘치다 못해 허무맹랑한 야심가였던 노이만은 2019년 9월 위워크 CEO에서 쫓겨났는데요. 그가 위워크에서 저지른 이상한 짓이 많은데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자신이 서핑하러 갈 때 이용할 걸프 스트림 제트기(6300만 달러)를 사고, 자신 소유의 건물 4개를 위워크에 임대하고, 지주회사를 통해 ‘We’라는 상표를 구입한 뒤 위워크로부터 라이센스 비용 59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사무실에서 맨발로 다니고, 데킬라 마셔대고, 마리화나 피운 것까지 다 얘기하면 입 아플 정도.
노이만 부부의 스토리는 지난해 ‘우리는 폭망했다(We Crashed)’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반전은 노이만 부부가 실제로는 전혀 ‘폭망’하지 않았단 점입니다. 폭망은커녕 상당량의 위워크 주식과 함께 2억 달러 넘는 막대한 현금까지 챙겨 떠났는데요.
아담 노이만은 현재 ‘플로우(Flow)’라는 이름의 부동산 스타트업을 준비 중입니다. 미국 내슈빌, 애틀랜타, 마이애미 등지에 약 3000채의 아파트를 확보해 임대 사업을 벌일 거라는데요. 그렇게 회사를 말아먹고 다시 또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위워크 파멸의 스토리에서 살아남은 단 한명의 승자, 아남 노이만의 앞날도 궁금합니다. By.딥다이브
위워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가장 큰 투자 실패 사례로도 유명하죠. 120억 달러 이상의 엄청난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데요. 위워크의 몰락은 단순히 코로나 탓, 부동산 경기 탓으로 돌리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공유경제의 상징으로 통했던 위워크가 이르면 다음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합니다. 계속되는 막대한 적자로 인해 돈이 바닥났고 채무 상환에도 실패했습니다.
-위워크의 본질은 부동산 재임대업입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술 기업을 표방하며 빠르게 덩치를 키우면서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데 집중했는데요. 결국 거품은 터졌고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된 것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다른 경쟁업체는 올해 들어 다시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는데 비해, 위워크는 오히려 주저앉고 있습니다. 경제환경 탓이라기보다는 위워크 자체의 취약성이 문제입니다.
-정작 이 모든 문제를 만든 창업자 아담 노이만은 막대한 현금을 챙겼고, 다음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드라마보다 더 기막힌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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