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HR혁신통합 TF팀 구성
임원 외부 영입, 전체 30%까지 확대
미래 롯데 이끌 경영진 후보 발굴 강화
대기업 최초 직무급 도입 시도 예정
지난해 8월 31일 열린 롯데그룹의 인사(HR)혁신통합 태스크포스(TF)팀 킥오프 현장에서 한 계열사 상무의 발표 슬라이드 문구 한 줄이 주목을 받았다.
“롯데의 고민거리는 왜 매번 반복되는가?” 뒤이은 슬라이드 2장에는 2009년과 2022년에 그룹이 제시한 인사 혁신 중점 추진 과제 목록과 현황이 나열돼 있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내용이 비슷했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는, 뼈아픈 자기반성이 이어졌다.
이 같은 성찰에서 출범한 롯데 HR혁신통합 TF팀 1기는 과거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기 위해 지주가 아닌, 전 계열사의 인사 담당 임원과 팀장으로 구성했다. 계열사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회사별 비즈니스와 사업 전략에 적합한 HR혁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룹과 지주는 과거 인사 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이를 계열사에 하달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데이터 제공 등 서포트 역할에 집중하기로 했다. 롯데가 이처럼 HR혁신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인사 철학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신 회장은 비즈니스와 인사 전략의 정렬, 공정과 투명, 대외 개방성, 역량 강화 등 4가지 인사 철학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TFT의 주도하에 롯데그룹은 일반 사원부터 고위 임원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으로 HR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한 예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근속 연수나 직급에 상관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경쟁사에서 이직한 지 1년이 채 안 된 대리급 직원이 스톡옵션 혜택을 누려 사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10월 2호(379호)에 실린 롯데그룹 HR 혁신 사례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순혈주의 버리고 외부 인재 영입
롯데는 지난해 4월 임원HR 전문 조직인 ‘스타(STAR·Strategic Top Talent Advisors& Recruiters)’팀을 신설했다. 스타팀은 외부 핵심 인재 확보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양성까지 인재 관리를 전담하는 ‘임원HR 전문가’ 역할을 한다. 스타팀의 주도로 롯데 경영진으로 외부 우수 인재가 영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김희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롯데인재개발원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연말 인사에서는 롯데웰푸드 대표에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부사장, 롯데멤버스 대표에 김혜주 신한은행 상무, 롯데렌탈 대표로 SK브로드밴드 대표 출신 최진환 사장을 영입했다. 올해 9월에는 빅스비 디자이너로 유명한 이돈태 삼성디자인교육원(SADI) 원장을 롯데지주 디자인전략센터장(사장)으로 영입해 화제가 됐다. 롯데는 CEO를 포함한 전체 임원 중 외부 영입 비율을 현재 14%에서 2025년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는 인재 영입에 그치지 않고 외부 출신 CEO가 취임 초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취임 첫 1년간 CEO급 업계 전문가를 매칭해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비즈니스 어젠다뿐 아니라 리더십, 멘털 관리, 그 밖의 개인적인 고민 등 다양한 주제별로 멘토링을 제공한다.
● 내부 핵심 인재 육성도 강화
신 회장은 “준비된 인재를 사전에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승진 후에 교육하려면 너무 늦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부에서도 핵심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계열사 CEO가 될 인재들을 미리 선발해 약 3년간 훈련을 진행하고 검증하는 GIANTs(Great Innovators and next top leaders) 과정을 도입했다. 1년 단위로 단기 육성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간을 늘리고 강도도 강화했다. GIANTs 인재는 CEO와 사업군 총괄 대표의 현장 평가를 거쳐 지주 HR이 종합 검증하는 방식으로 선발한다. 특히 현재 CEO에게 GIANTs 육성의 책임을 부여하고 주요 회의에도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이들의 경력은 롯데지주 HR혁신실이 직접 맡아 관리하고 1년 단위로 자격 유지 여부를 검증한다.
CEO 후보자와 별도로 임원 후보자에 대해서도 ‘HiPO(High potential)’라는 이름의 중장기 육성 체계를 마련했다. HiPO 인재를 ‘신임 임원 대상자’로 분명히 정의하고 일대일 멘토링, 역할 연기 솔루션 등 체계적인 교육 코스를 제공하자 참여자들의 동기부여가 커지고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직무 기반 공정하고 투명한 HR
더 나아가 롯데는 ‘직급과 사람’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나 ‘직무’를 중심으로 하는 인사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그룹 내에 혼재된 수많은 직무를 130개로 세분화하고 직무에 따라 직원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과 달성 목표 등을 정리하는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이런 기준에 따라 직무별 성취도를 평가하고 인사 역량 평가에서 50% 이상 비중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직급과 직책에 따른 기존의 획일화된 보상 정책에서 탈피해 직무별 업무 난이도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보다 공정하게 보상하겠다는 취지다. 더 나아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직무 등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 제도를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은 “직원들이 주인 의식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그에 맞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사 개혁의 최종 목표”라며 “향후 3, 5, 10년 단위의 중장기 HR 계획 설계를 통해 그룹 혁신의 드라이브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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