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中 경기, 완만하고 느린 회복세로 진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7일 03시 00분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올해도 벌써 늦가을이 지나면서 투자자들은 올해의 성적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올해는 세계 경기 변화와 다양한 지정학적 이벤트가 나타나면서 각 국가와 투자 자산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그중 어느 지역보다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곳이 바로 중국과 홍콩이었다. 연초만 해도 리오프닝을 통한 훈풍을 기대했지만, 부동산 침체와 고용 충격으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됐고, 중국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투자자의 관심은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지보다 과연 중국의 경기 회복과 더불어 증권시장의 반등이 가능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올해 가을에 중국 정부 기관 및 금융기관이 경기와 금융 위험을 대하는 시각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현지를 방문했다. 정책 당국과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올해 3분기(7∼9월)를 경기저점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았다. 8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 이후에 정부의 정책 대응 강도가 높아졌고, 서비스 업종 중심으로 고용이 회복되면서 활동성 소비가 개선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실제로 3분기 중국의 경기지표는 경제성장률과 소비가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 정책 당국이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반기(7∼12월) 들어서 경기 부양의 강도를 높이고 있고, 금융시장의 안전망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책 당국은 정책 금리를 인하하고 있고, 올해 4분기(10∼12월) 1조 위안(약 180조 원)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해 전액 지방정부에 지원해서 국가 재난 예방과 복구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중국판 추가경정예산 정책을 쓰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중국과 홍콩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쓰고는 있지만, 구조적인 공급 과잉 이슈로 부동산 경기 회복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고용시장의 회복과 함께 소비자들의 지갑이 다시 열릴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중국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은 앞으로 6개월 남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올 11월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첨예했던 미중 갈등도 다소 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과 경기의 바닥 통과,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의 삼박자가 어우러지게 되는 것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중국 경기와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궤도로 복귀하기를 기대해 본다. 금융시장에서는 홍콩 증시의 하방 리스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홍콩 증시와 연계된 금융상품이 과도한 손실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40년에 걸친 고속성장기를 지나 산업구조와 자본시장의 대변동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책당국의 경기 조정과 구조 개혁의 실체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시간이다. 중국 경기는 3분기에 저점을 통과한 후 완만하고 느린 회복의 경로로 향하고 있다.

#中 경기#회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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