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팩토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생산전략 재편은 해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반도체 업계의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등은 가장 눈에 띄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생산거점을 적극 확장하면서도 제품 설계, 연구개발(R&D) 등 핵심 기능을 갖춘 ‘마더 팩토리’는 본국에 유지하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지난해 4월 30억 달러(약 3조9000억 원)를 투입해 증설한 미국 오리건주 연구공장을 포함한 ‘고든 무어 파크’가 대표적인 마더팩토리 중 하나다. 인텔은 3년에 걸친 증설을 마치고 공장을 포함한 500에이커(약 202만 ㎡) 규모 부지에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의 이름을 붙였다.
인텔은 고든 무어 파크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 시설 D1X를 확장했다. 인텔의 글로벌 기술 개발 본부에 해당하는 공장이다. 내년 하반기(7∼12월) 이곳에서 초미세공정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당초 계획이던 2025년보다 앞당겼다.
인텔의 마더 팩토리에 대한 투자는 유럽에 대한 대규모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 발표와 함께 이뤄졌다. 인텔은 지난해 초 향후 10년간 800억 유로(약 112조 원)를 투입해 유럽 전역에 반도체 생산 공장과 연구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앞서 두뇌 역할을 하는 마더팩토리의 기반을 먼저 다져둔 셈이다.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결을 같이한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본 구마모토현 등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잇달아 짓고 있다. 독일 정부와도 보조금 지원을 통한 반도체 공장 구축을 논의하는 등 해외에서 공격적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TSMC는 그러나 2025년 양산을 준비 중인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과 현재 개발 중인 1.4nm 공정은 모두 대만 내 생산기지에 맡길 계획이다. 쯔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는 1.4나노 반도체 공장을 타이중시 중부과학단지에 구축한다. 마더팩토리는 본국에 남겨 기술 격차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아시아,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생산을 늘리려는 유럽에서도 마더팩토리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일 최대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도 50억 유로(약 7조 원)를 투입해 올 5월부터 독일 드레스덴에 ‘스마트 파워랩’을 짓기 시작했다. 드레스덴은 반도체 기업 2500여 곳이 모인 유럽의 반도체 허브로 ‘실리콘 작소니’로 불린다. 인피니언은 기존 생산시설(4만 ㎡)에 붙은 2만 ㎡ 규모에 클린룸을 구축해 신재생에너지 시설, 전기차용 반도체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인피니언이 마더팩토리 구축에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반도체법을 통해 10억 유로(약 1조4000억 원)를 지원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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