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에 대해 ‘갑질’, ‘독과점’이란 표현을 쓰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간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도 ‘은행 때리기’ 대열에 합류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은행권의 혁신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60조 원으로 역대 최고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7∼9월)만 비교하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은행권의 영업이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혁신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등은 혁신의 노력으로 전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과연 은행권이 해당 기업들과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길래 60조 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위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3000억 원대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선 “정보 이용료를 받는 사람의 매출에 (비례해서) 부과하는 게 상식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증권신고서 등의 서류를 볼 때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이익’을 지적하며 쓴소리를 던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전문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회장단과 만난 김 위원장은 “금융회사 이익의 원천이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단순히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 시선이 따갑다”면서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신한금융그룹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 대출자 등을 위해 105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시중은행이 상생금융 대책을 내놓은 건 하나은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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