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선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눈알’이 나타나 시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SNS에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가 지켜보는 것 같다는 농담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건 전면에 LED 스크린이 설치된 대형 공연장입니다. 높이 약 120미터, 지름 160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큰 구형 건축물로 알려진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스피어(Sphere)’는 올해 완공돼 매일 새로운 영상을 재생하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 여름 미국프로농구(NBA) 서머리그를 앞두고는 대형 농구공으로 변신해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놀라게 한 이 구체, 하남에도?
이르면 2029년 한국에서도 ‘스피어’를 만나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업체 스피어사(社)는 올해 5월 경기 하남시를 방문해 약 2조 원을 투자해 스피어를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9월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지난달엔 데이비드 스턴 스피어 부회장이 하남을 방문해 입지를 점검하기도 했죠.
아직 구체적인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만, 라스베이거스의 원조(?) 스피어를 만드는 데 3조 원 정도가 들었으니, 2조 원을 들여 만드는 하남 스피어도 크기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팔당대교를 건너는 운전자들께서는 갑자기 거대한 눈알이 나타나더라도 놀라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정부, 행정절차 42→21개월 단축 추진
대규모 해외 투자로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당초 타당성 평가와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행정 절차에 4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획재정부가 조정에 나서 이를 21개월로 줄이기로 한 겁니다. 행안부 협조를 통해 타당성 평가 순서를 앞순위에 배치하고, 여러 기관이 나눠서 하는 각종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으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스피어사는 하남시 측에 2025년 내 착공해 2029년까지 완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행정 절차에 당초 예정대로 42개월이 소요됐다면 2025년 착공은 요원한 일이지만, 21개월로 줄어든 이상 2025년엔 첫 삽을 뜰 수 있습니다. 이르면 6년 뒤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을 개최할 수 있는 최첨단 건물이 하남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겠군요.
첫 개장 당시 스피어 엔터 주가 14%↑
스피어 유치의 경제 효과는 얼마나 될까요. 아직 미국에서도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계산이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달 세계적인 록 밴드 U2의 공연으로 처음 스피어가 문을 열었을 당시 스피어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하루 만에 13.8% 오르기도 했습니다. 금융 전문가들은 스피어가 공연료, 대관 비용, 광고비 등으로 향후 3~5년 내에 투자금 3조 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피어 부지로는 하남 스타필드 인근 창우동 일대가 유력하다고 합니다. 당초 하남시 역점 사업인 ‘K스타월드’가 조성되기로 예정돼 있던 미사 아일랜드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스피어사가 현장 방문한 뒤 이곳을 선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K스타월드는 미사동 미사아일랜드에 약 3조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공연장과 영상문화복합단지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7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스피어 측에서 하남시가 추진 중인 K스타월드 사업이 자신들의 사업 방향과 일치한다며 사업을 제안해 왔다”며 “추가 현장 방문을 통해 구체적인 입지와 규모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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