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같은 돈 써도 큰 만족 추구… 놓친 혜택 챙겨주는 앱 인기
최저가보다 VIP급 혜택 우선
고가 연필, 지우개도 잘 팔려… ‘짠테크’와 ‘작은 사치’ 동시에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우유, 계란 등 생필품 가격은 물론이고 외식비, 교통비 같은 생활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가까운 거리 걸어가기, 배달음식 적게 주문하기, 영상 구독 플랫폼 해지하기 등 ‘짠테크’를 실천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이렇게 씀씀이를 줄인다. 그런데 요즘 소비자의 모습을 살펴보면 소비를 줄이는 절약과 함께, 소비하는 돈의 가치를 높이려는 모습도 동시에 발견된다. 똑같은 1만 원을 쓰더라도 남들보다 더 큰 효용을 누릴 수 있다면, 절약하는 것만큼이나 현명한 소비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돈의 가치를 극대화하는가? 첫째, 혜택을 빠짐없이 누리고자 한다. 올해 5월 구글플레이에서 ‘지금 뜨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선정된 ‘더쎈카드’는 고객의 마이데이터와 자사의 카드 및 가맹점 데이터베이스(DB)를 매칭해 카드 사용 금액 대비 받은 혜택률을 알려주는 핀테크 서비스다. 소비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카드의 혜택을 충분히 잘 사용하고 있는지, 혹시 잊어버리고 사용하지 않은 혜택은 없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소비자가 자주 사용하는 업종 등을 기억해 두었다가 추후 신규 카드를 선택할 때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카드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LG유플러스에서 올해 7월 출시한 ‘머니Me’ 앱은 소비자가 자사의 멤버십 혜택을 빠뜨림 없이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핵심 서비스인 ‘놓친 U+멤버십 할인 찾기’는 소비자가 놓친 멤버십 혜택을 자동으로 찾아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다. GS25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결제 금액의 10%를 할인해 주는 통신사 혜택을 예로 들어 보자. 지금까지는 매번 결제가 발생할 때마다 소비자가 직접 편의점 직원에게 ‘할인을 적용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번거로워서 혹은 깜빡 잊어버리고 혜택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머니Me에 주로 사용하는 카드를 미리 등록해 두면 소비자가 요청하지 않아도 할인 금액이 포인트로 자동 적립되어 추후 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둘째,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VIP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경험할 방법을 찾아낸다. 호텔 숙박이 대표적이다. 메리어트가 스타우드와 리츠칼튼을 통합하면서 론칭한 ‘본보이’, 하얏트호텔의 ‘월드 오브 하얏트’, 힐튼호텔의 ‘힐튼 아너스’ 등은 글로벌 호텔 체인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맴버십 제도로, 숙박 일수를 얼마나 채우느냐에 따라 가입자의 등급이 나뉜다. 등급이 높을수록 레이트 체크아웃, 클럽 라운지 이용권, 룸 업그레이드, 무료 조식 등의 특전 혜택이 제공된다. 이에 소비자들은 특정 호텔 체인에서 60일 숙박 요건을 채우는 등 멤버십을 획득하고자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호텔 예약을 도와주는 플랫폼 중에서는 멤버십이 없는 사람도 일시적으로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이트가 인기다. 예컨대 ‘왓 어 호텔’ 같은 사이트에서 숙박을 예약하면 일반 고객도 호텔의 상위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최저가 경쟁력이 아닌 혜택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셋째, 한 번 구매해 오래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가급적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행태도 나타난다. ‘포인트 오브 뷰 성수’는 매일 사용하는 문구류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 신개념 문구점이다. 일반적으로 연필, 지우개, 노트 등 문구류는 구매할 때 저렴한 가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포인트 오브 뷰는 사소한 문구류조차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제품을 사용하자고 설득한다. 일단 매장에 제품을 진열한 모습부터 일반 문구점과 다르다. 제품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연필 하나를 진열해도 ‘이야기를 가공하는 가장 원초적인 도구’라는 설명카드를 덧붙인다. 저렴한 값에 실용성만 생각한 문구류가 아니라 자신의 작업실과 작업물을 특별하게 만드는 고급스러운 문구류를 사용하라는 주문이다.
불경기라고 해서 무조건 소비가 위축되는 것만은 아니다. 작은 사치를 위한 상품, 구매의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상품은 불황기에도 견조하기 때문이다. 불황기일수록 소비시장을 획일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고, 숨어 있는 소비 욕망을 세심하게 관찰할 때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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