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상호금융업법 개정안 건의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권 금전사고 5년간 511억… 지금까진 중앙회서 ‘솜방망이 제재’
카드사등 내부통제 개선안도 마련
금융당국이 잇따른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제기된 상호금융권과 여신전문업권에 대해 직접 제재를 추진한다. 올해 8월 100억 원대의 배임 사건이 적발된 롯데카드 등 여신전문업권을 대상으로 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도 마련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상호금융권의 횡령·배임 사고를 직접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상호금융업법 개정안을 건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전사고를 저지른 임직원에 대한 직접 제재가 명문화된다면 사고 적발 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 시 금감원의 검사 권한이 없는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나머지 상호금융에 적용될 전망이다.
상호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 미비와 복잡한 관리·감독 체계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감원과 각 상호중앙금융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전사고 규모는 511억4300만 원에 달했다.
금감원의 직접 제재를 받는 타 업권과 달리 상호금융권은 중앙회가 개별 조합을 감독·검사한 뒤 고발 조치까지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징계 수위가 낮거나 고발 조치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올 6월 감봉 조치를 받은 직원이 2억 원대의 금액을 횡령한 사실이 추가로 발견된 바 있다.
금감원은 법 개정과 함께 상호금융권의 금융사고에 대한 징계 및 조치 수위도 높일 방침이다. 금전사고 발생 시 중앙회가 무조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하도록 하고 사고를 냈던 임직원이 복귀할 경우 금전을 다루는 업무를 맡을 수 없도록 하는 지도가 내려진 상태다.
롯데카드 배임 사건을 계기로 여신전문업권의 내부통제 개선방안도 마련된다. 금감원은 이달 중 여신전문업권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고, 이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개선안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같은 업권 공통 사항과 함께 여신전문업권의 특성을 반영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신 기능이 없어 타 금융업권과 업무가 다른 만큼 캐피털사의 자동차 금융 등 업권 특성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공모했던 롯데카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휴·협력업체와 업무 시 관리 방안도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사, 저축은행과 달리 현행 여전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어 여신전문금융사 임직원이 횡령, 배임을 저질러도 금융당국이 직접 이들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이 개정된다면 금감원 제재가 효과적으로 진행돼 금융사고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여신전문업권의 경우 타 업권보다 고객 대면 채널이 적은 등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업권별로 차별화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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