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몰리는 20대… 10년새 60만명 대이동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8일 03시 00분


일자리 찾아… 월급도 49만원 많아
수도권 유입 10년새 2.6배로 늘어
청년 떠난 지방 성장잠재력 훼손
“거점도시 중심 지역균형발전 필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모 씨(28)는 올 2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서울에 원룸을 구해 이사를 왔다. 청주에서 디저트 카페를 차리고 싶었지만 지방에선 매출에 한계가 있을 거라고 판단해 서울에 가게를 냈다. 박 씨는 “서울에 올라오기 위해 청주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세 군데 뛰며 돈을 모았다. 서울은 인구 자체가 워낙 많은 데다 청년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어 무조건 상경해 장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비수도권을 벗어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간 20대 인구가 최근 10년간 6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을 떠난 청년은 10년 전 4만 명대에서 최근 6만∼8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수도권 러시’ 속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 서울로 올라온 20대 인구 10년 새 2.6배 ↑


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비수도권에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20대 청년은 59만1000명이었다. 이 기간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선 31만2000명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순유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순유입 인구는 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값이고, 순유출은 그 반대다.

수도권으로 모여드는 청년 수도 점점 늘고 있다. 2013년 4만5000명이었던 20대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2020년 8만1000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줄어든 6만4000명이었다. 특히 지방에서 서울로 들어온 청년 인구는 10년간 2.6배 불었다.

비수도권 중에서 20대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 곳은 경남이었다. 10년간 총 10만5000명이 떠났다. 이어 경북(―9만 명), 전남·전북(각각 ―7만6000명), 대구(―6만6000명) 등 순이었다. 비수도권에서는 세종이 유일하게 20대 인구가 순유입(3만4000명)됐는데, 이는 세종이 2012년 특별자치시로 출범해 본격적으로 개발된 영향이 크다.

● 수도권 월급, 비수도권보다 49만 원 많아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 서울 등으로 향하는 주된 이유는 일자리다. 실제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20대 고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66.5%)이었고 경기(64.9%)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의 20대 고용률(63.0%)도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모두 전국 평균치(60.4%)를 웃도는 수치로,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얻기가 쉬운 셈이다. 반면 세종(49.1%), 광주(50.4%), 전북(51.2%), 부산(53.1%) 등 비수도권 11개 지역은 20대 고용률이 평균치를 밑돌았다. 수도권과의 고용률 격차는 최대 17.4%포인트였다.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 또한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근로자는 월평균 393만6000원을 받은 반면 비수도권 근로자는 344만8000원을 받았다. 수도권에서 일하면 평균 48만8000원을 더 버는 것이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문화·의료 등 각종 인프라의 차이도 청년층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로 비수도권은 노동력이 부족해져 성장잠재력이 훼손된다고 지적한다. 수도권에서도 인구가 밀집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결혼·출산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정민수 한은 지역경제조사팀 차장은 “지역 간 기대소득 차이, 문화·의료 서비스 차이 등을 고려하면 청년층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비수도권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현실적인 지역균형발전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유입#20대#60만명 대이동#지방 성장잠재력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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