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경제·민생법안]
2년 헛바퀴… 2030년부터 포화
입법 늦어지면 원전 멈출 수도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할 때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특별법안이 2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은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득 차는데 특별법 제정까지 늦어지면서 향후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은 2021년 9월 김성환 의원이 처음 발의한 이후 국회 소관 상임위 회의만 14번 진행됐다. 2년이 지났는데도 여야 이견으로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하고 상임위에 묶여 있는 것이다.
특별법은 원전을 가동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의 조성 근거와 그 용량 등을 담고 있다. 부지 선정 절차와 이를 담당할 조직의 설립, 유치 지역 지원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 부지 안에 있는 저장시설에 임시로 보관 중이다. 그러나 이들 저장시설은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 저장시설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면 해당 원전은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특별법 제정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의 용량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린다. 야당은 원전이 애초에 설계된 수명을 기준으로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을 결정해야 한다는 반면에 여당과 정부는 계속운전을 전제로 저장시설을 설계수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더 크게 지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은 법이 시행돼도 부지 선정부터 완공까지 37년이 걸린다”며 “이번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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