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동아 뉴센테니얼포럼]
“지난달 카드값” 말하면 알아서 합산
방대한 시장 데이터 분석, 투자 활용
리스크 최소화 윤리기준도 마련
“신한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고객들의 비밀번호 오류 건수가 월 90만 건 정도입니다. 이전에는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고객이 본인 확인을 거쳐 번호를 재설정하기까지 평균 20분이 소요됐지만 챗봇 도입 이후에는 단 2분 만에 가능해졌죠.”(김준환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장)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기업 뉴스나 증권사 보고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언어모델(LLM)로 분석해 투자에 활용하고 있습니다.”(최용민 미래에셋자산운용 AI부문장)
9일 ‘2023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선 인공지능(AI)을 업무에 실제로 적용 중인 국내외 주요 금융사들의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신한은행은 AI를 활용한 챗봇뿐 아니라 올 3월 음성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이 대출, 이체, 공과금 납부 등의 각종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말하면 해당 메뉴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김준환 단장은 “고객이 ‘지난달 카드값 얼마 썼어?’라고 말하면 여러 카드사들의 결제액을 알아서 합산해 답해준다”며 “오늘날의 은행은 ‘고객을 찾아가는 은행’이며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업무를 즉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뱅커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우선 맞춤형 예·적금 상품 상담, 목돈 마련 도우미 등에 AI 기술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연내 일부 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거친 뒤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 중 우리은행 모바일 앱에 탑재될 예정이다. 김선우 우리은행 AI사업부장은 “챗봇 도입을 통해 상담원이 고부가가치의 고객 상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AI를 좁은 의미에서 보면 키오스크의 디지털 휴먼에 불과하지만 넓게 보면 은행의 다양한 업무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AI를 연구하는 조직인 하나금융융합기술원(하나금융TI)을 두고 있다. 자체 역량을 키워 AI 기술 연구성과를 계열사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하나금융TI는 AI를 적용한 광학문자인식(OCR) 솔루션, 신용 평가, 자산관리,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등을 개발했다. 이해 하나금융TI 원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방대한 수출입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금융권 가운데 AI-OCR 솔루션을 가장 빠르게 개발했다”며 “외부 솔루션을 썼던 챗봇 엔진도 자체 개발한 것으로 모두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금융에 특화된 LLM ‘KB-STA’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세 번째 엔진 개발을 마쳤다. 또 AI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윤리기준도 마련했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은 “생성형 AI는 사람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성능을 내고 있어 윤리적, 법적 문제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AI 윤리 기준을 만들었고 올해엔 AI 거버넌스 체계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AI에 기반한 투자 모델을 소개했다. 최용민 부문장은 “AI 투자 모델은 시장 데이터에 기반해 결과를 산출한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투자 기법과 유사하다”며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과거의 시장 데이터를 학습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됐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