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가난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면 부자 학교로 보내라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11월 11일 0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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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 하버드대 연구팀, 사회적 계층 이동에 영향 미치는 사회적 자본 연구 결과 발표

라지 체티 미국 하버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사회적 계층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자본이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인정되는 요소는 △사회경제적 상태(얼마나 잘살고 못사는지 여부) △사회적 응집성(주변 사람들과 얼마나 강력히 연결돼 있는지 여부) △사회적 참여도(자원봉사 등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정도) 등이다. 이런 요소들은 사회적 위치를 이동시키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라지 체티 연구팀은 미국 페이스북의 친구·지인 등 관계에 관한 210억 개 자료를 기반으로 이런 요소들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계층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아이가 학창 시절 부잣집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 부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GETTYIMAGES]
아이가 학창 시절 부잣집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 부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GETTYIMAGES]


부자 학교 다니면 삶의 기준 높아져

그 결과 사회적 상태가 낮은 사람이 좀 더 높은 사회적 상태로 이동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요소를 발견했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어떤 사회경제적 상태에 있는지가 중요했다.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은 학생들이 사회경제적 상태가 높은 학생들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경우 성인이 됐을 때 소득이 증가한 것이다. 쉽게 말해 부잣집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 가난한 집 아이는 나중에 가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컸다. 평균 수입이 적은 가난한 집 아이가 성인이 된 후 평균보다 20% 많은 소득을 올린 것이다. 평균보다 20% 많은 소득은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시간 일하면서 20% 더 많은 임금을 받으려면 단순 업무가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여야 한다. 시간당 임금을 받는 업무가 아니라 기술적 업무, 관리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에서 중산층 이상으로 사회적 계층 이동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도 학군에 따라 학교가 정해진다. 학군에 따라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이 경우 가난한 집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보통 사람보다 더 잘살았다. 사회적 계층 이동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이것이 압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사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 나중에 잘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아이들이 잘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잘사는 친구들로부터 돈에 대한 개념을 배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부잣집 아이라도 돈에 대해 뭘 얼마나 알겠나. 부모가 부자지 아이가 부자는 아니다. 부잣집 아이가 가난한 집 아이에게 돈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성인이라면 모를까, 최소한 학창 시절에 가르치고 배우고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잘사는 친구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일자리를 소개받아서 잘살게 된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건 정말 친하고 신뢰가 있는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같은 학교를 다녔다 해도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가 얼마나 친하게 지냈을까. 같은 학교라고 모두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고, 자기 부류들끼리만 친하게 지낸다. 같은 학교라고 해서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가 막역한 사이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자가 많은 학교 다녀야
일부 아이들은 빈부격차에도 친하게 지내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가난한 집 아이가 나중에 잘살게 됐다면 ‘부잣집 친구와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 결과는 ‘부잣집 친구와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잣집 아이의 존재 자체가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 존재가 중요하다면 ‘가난한 집 아이가 다수고 부잣집 아이가 소수’인 경우에도 가난한 집 아이들이 나중에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가난한 집 아이가 나중에 좋아진 것은 ‘가난한 집 아이가 소수고 부잣집 아이가 다수’인 경우뿐이었다. 부잣집 아이가 소수인 경우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옆에 부자가 있다고 해서 부자로부터 배우고 그를 따라가는 건 아닌 것이다. 부자 부모가 멘토로서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자기 부모도 아니고 친구 부모로부터 무슨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겠나. 몇 명은 그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난한 집 아이들의 평균 수입이 올라갈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고는 볼 수 없다.

이 연구는 결과만 제시할 뿐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 해당 연구에서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을 추론할 수 있다. 가난한 집 아이는 부잣집 아이가 많은 학교를 다니면서 기준이 높아졌을 것이다. 의자·책상, 도서관, 과학실 등 설비는 물론, 급식에 나오는 음식과 관련해서도 어느 수준 이상의 기준을 가지게 된다. 자기 집과 이웃, 동네 환경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졸업 후에도 그동안 다녔던 학교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

가난한 환경에서만 살아가는 경우 자기 삶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웃도 모두 비슷하게 사니 자기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원래 그런 것이고, 자기도 충분히 잘살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불만 없이 계속 유지하고, 좀 더 잘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월 230만 원을 버는 청년이 있다. 그는 회사에서 잘릴 걱정이 없고 할 일도 별로 많지 않다 보니, 자기 삶과 수입에 불만이 없다. 친구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은 생활이라고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어 현 수준만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또 다른 사람은 연봉이 5000만 원이다. 그는 자신이 충분히 많이 벌고 있고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평균 임금보다 훨씬 많이 받고 있어 성공한 사람이라는 대우도 받는다. 객관적 기준으로 볼 때 중산층이긴 해도 잘산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는 자신이 충분히 잘살고 있다고,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주변 환경에 성공과 잘사는 것의 기준을 맞춘 결과다.

이들도 TV나 인터넷 등에서 부자,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과 상관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자신이 몸담은 환경에서 기준이 중요하며, 자기는 그 기준에 맞춰 충분히 잘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기준이 삶의 수준 결정
부잣집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 다니는 가난한 집 아이들은 거기에 맞는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다. 먹고 입는 것, 일에 대한 것도 학교 기준에 맞춰간다. 그럼 기준에 맞는 소득을 원하게 되고, 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사람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질 정도까지는 노력하는 법이다. 기준이 높으면 그만큼 더 뭔가를 하게 마련이다.

결국 중요한 점은 높은 기준을 가지는 것이다.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기준,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의 높이가 자신의 수준을 결정한다. 보통 사람은 자신이 사는 환경과 주변 사람들에 맞춰 그런 기준을 가진다. 부잣집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 다니는 가난한 집 아이는 자연스레 높은 기준에 적응되고, 그 기준에 맞춰 살다 보니 가난에서 벗어난다. 부잣집 아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난한 집 아이가 더 많은 학교에서는 사회적 계층 이동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이 이해된다. 가난한 집 학생이 더 많으면 학교 기준은 가난한 환경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설령 같은 반에 부잣집 아이가 있다 해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부잣집 아이가 많은 학교여야 그 기준이 부자 수준으로 높아진다. 단순히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를 같은 교실에 넣는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높은 기준에 많이 노출된 가난한 집 아이는 나중에 잘살게 된다. 물론 학교 배정은 우리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생활의 모든 면에서 높은 기준을 가지려는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가 나은 삶을 위해 먼저 할 것은 자신의 생활환경보다 더 높은 기준을 알고 익히고, 또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는 일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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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14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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