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 국내 첫 모듈러 주택단지
천장-벽 등 공장서 제작해와 조립
2347㎡에 단독주택 26채 들어서
편의점 이마트24도 3가지 주택 판매
13일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지리산 자락. 전북 남원역에서 차로 15분 정도 달렸더니 타운형 주택단지가 나왔다. 지난달 완공해 입주가 시작된 곳으로 단독주택 26채가 2347㎡(약 710평) 땅 위에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철골 유닛을 조립해 만든 국내 첫 모듈러 단독주택단지라는 것. 모듈러 주택은 거실과 방 등 집을 구성하는 유닛을 공장에서 별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미래 건설기술로 주목받는 모듈러 주택이 국내에서 상용화 궤도에 올랐다. 모듈러 주택만으로 이뤄진 주택단지에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가 하면, 편의점에서도 주택을 주문받기 시작했다. 소비자 수요에 맞춘 ‘맞춤형 주택’ 시대가 열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DL이앤씨가 분양한 이 단지는 구례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한 전남구례 귀농귀촌주택이다. 이미 15채가량이 입주해 있었다. 이들 주택은 모듈러 주택인데도 외관과 내관 모두 일반 주택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천장과 벽 모서리 등도 조립 흔적이 눈에 띄지 않았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새집 냄새’가 나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는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만 하기 때문에 냄새가 덜 난다”고 했다.
이들 주택은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6만 원에 4년 임대 형식으로 공급된다. 2027년 10월 임대 기간이 끝나면 분양 전환된다. 전용면적 74㎡에 방 3개, 화장실 2개, 2층 다락방과 12평가량의 마당이 있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은퇴한 부부가 주말이나 명절에 가족들과 좀 더 집을 넓게 쓰고 싶어 이사 온 경우도 있고, 젊은 부부가 귀농귀촌을 목적으로 입주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농막을 짓거나 빈집을 사들여 주중엔 도시에서 지내다 주말엔 시골에서 보내는 ‘5도 2촌’ 수요가 있다. 모듈러 주택은 빠르게 지을 수 있고 품질이 균일해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구례 단지는 주택 한 채를 짓는 데 인부 5명이 8시간 안에 조립을 마칠 정도로 현장 제작 시간이 짧았다. 각 유닛을 공장에서 제작하는 데는 한 달가량 걸린다. 통상 단독주택 공사에 4∼5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공사비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통상 집 한 채 지으면 인허가부터 설계, 시공품질 관리까지 신경 쓸 게 많아서 10년은 늙는다는 통설이 통하지 않는 셈이다.
이 단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철골 구조로 지어져 안전성도 높였다. DL이앤씨 측은 “자체 특허 기술로 현장에서 용접이 필요하지 않고 일일이 붙이지 않아도 돼서 현장 조립에 드는 시간과 인력을 줄였다”고 했다. DL이앤씨는 유닛을 해체하거나 새로 조립해 평면을 바꾸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모듈러 사업은 최근 확산세다. 이달 편의점 이마트24에서는 전용면적 52㎡(15평·단층)와 69㎡(20평·복층), 84㎡(25평·복층) 3가지 주택을 소비자에게 주문받아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가격은 1억3000만 원에서 2억 원 선. ‘3차원(D) 모델하우스’에 접속해 주택을 둘러보고 구매하는 식이다. 설계 기간 등을 제외하면 약 두 달 안에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듈러 주택이 일반 콘크리트 건물 대비 결로 현상이나 하자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검증되면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향후 공동주택 등도 모듈러 방식으로 짓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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