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공백 사태 연말까지 이어지나”… 이달 말이면 출연연 6곳 기관장 공백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4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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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임기 만료된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
기관장
임기 만료일
한국표준연구원
박현민
2월 23일
한국기계연구원
박상진
4월 12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윤석진
7월 19일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최효진
9월 27일
자료: 한국과학기술연구회(NST)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관장 선임이 늦어지며 내년도 연구계획 수립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월에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대략적인 예산배분안이 나와야 하는데,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라 현장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13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현재 원장 선임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전임 원장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출연연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표준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 네 곳이다. 한국재료연구원와 국가핵융합연구소도 이달 19일이면 원장 임기가 만료되지만 아직 새 원장을 초빙하는 공고도 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이달 말이면 25개 출연연 중 6곳이 새 수장을 맞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시급한 곳은 표준연과 KIST다. 표준연은 올해 2월 박현민 원장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9개월째 원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9월 원장 후보자 3인을 추렸으나 이사회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재공모에 들어갔다. 재공모를 통해 다시 추려진 원장 후보자 3인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한달 째 이뤄지고 있다.

KIST 역시 7월 윤석진 원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공모를 통해 원장 후보자 3인을 확장지었으나 인사 검증이 늦어지며 여전히 대기 중이다.

출연연은 공모를 통해 원장 후보자를 3배수로 뽑고 정부의 인사검증 후 NST 이사회가 투표를 진행해 과반수 득표자를 원장으로 정한다. NST 이사회는 과기정통부 제1차관, 기획재정부 제2차관 등 정부 인사 5명으로 구성된 당연직 이사와 외부 추천을 통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임명하는 선임직이사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연연 기관장 선임에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결국 대통령실이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해 인선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명무실한 기관 평가 제도도 원장 부재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수’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은 기관은 NST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현 원장을 재선임할 수 있다.

NST 관계자는 “원장 취임 후 2년 6개월이 지나면 기관 평가를 시작해 임기 종료 한 달 전까지 마무리한다. 평가 결과가 나와야 원장 재선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재선임 혹은 새 원장에 대한 초빙 공고가 늦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이 조항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드물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원장 임기가 3년이기 때문에 대부분 임기를 마치기 전에 정권이 바뀐다. 아무리 우수한 평가를 받더라도 물러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권에서 새로운 기관장을 맞은 기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8곳이다. 이중 ETRI와 원자력연은 각각 ‘매우우수’, ‘우수’ 평가를 받았지만 재선임이 불발됐다. KIST와 표준연 역시 우수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았지만 역시 재선임에는 실패했다.

과학계에서 ‘유명무실한 기관 평가 제도 및 기관장 임명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있는 NST가 독립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워서다.

연구 개발 예산을 심의하고 과학기술 주요 정책 등을 논의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자문위원 및 심의위원에도 NST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NST의 역할을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며 “정부에 독립적인 기관이 돼야 출연연도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연구를 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새 원장의 선임이 연말까지 미뤄지며 출연연 내부에서는 내년도 연구개발 계획 수립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가 연구개발(R&D) 증액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전년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전임 원장이 업무를 맡고 있어 현장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전임 원장이 사업단을 줄이고 부서를 변경하고, 조직을 개편해야 하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연구자들이 결정을 따라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NST는 기관장 선임을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KIST의 관계자는 “이달 27일 NST 이사회에 KIST 원장 선임 안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NST 역시 “11월 말까지는 이사회를 열어 원장 선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기관장은 차관급 인사인 만큼 빠른 결정보다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재료연은 기관 평가 ‘우수’ 등급을 받아 재선임에 대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며, ‘보통’ 평가를 받은 핵융합연은 금주 내로 원장 선임계획을 마련해 이사회의 의결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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