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성능·실내 공간·편의사양 두루 준수해
단정하면서도 날렵한 외관
다소 좁은 운전석, 풍절음 등 디테일 아쉬우나
2000만원대 중형 세단에서 상품성 돋보여
멀리서 봐도 현대차임을 드러내며 차체를 옆으로 넓어보이게 하는 일명 ‘일자 눈썹’ 디자인. 단정하면서 날렵한 느낌의 외관은 현대차 8세대 쏘나타 ‘디 엣지(쏘나타)’의 강렬한 첫인상이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현대차의 쏘나타(가솔린 1.6 터보 모델)를 타고 경기도에서 경상남도까지,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넘나들며 400㎞ 이상 주행해봤다. 현대차가 1985년부터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900만대 이상 판매한 쏘나타의 저력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국내 중형 세단의 대표 주자인 쏘나타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다재다능’에 있다. 17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 기자가 탑승한 모델은 최대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20.0 kgf·m을 낸다. 쏘나타는 특히 고속도로에서 원하는만큼 빨리 달릴 수 있고, 아무리 속도를 내도 승차감이 준수하다.
실내 공간은 4인 가족용 차로 손색 없다. 전장(4910㎜)이 5mm 정도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뒷좌석 공간은 수입 준대형 모델인 BMW 5시리즈 수준의 느낌을 줘, 2명 자녀가 성인이라도 문제 없이 탈 수 있다.
연비와 옵션도 뛰어난 편이다. 현대차가 밝힌 쏘나타 가솔린 1.6 터보 모델의 복합 연비는 13.5㎞/L지만, 실제 고속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켜고 반자율 주행하면 계기판에는 어렵지 않게 20㎞/L 연비가 찍힌다. 옵션은 말 그대로 선택하기 나름으로, 마음만 먹는다면 같은 브랜드 내 형님 격 모델인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구성할 수 있다.
기본 성능에 충실한 쏘나타는 게다가 꽤나 잘생겼다. 스포츠 세단 느낌을 내면서도 특유의 단정함을 잃지 않는다. 업계에선 세대 변경을 거듭한 쏘나타가 드디어 완성형 디자인을 찾았다는 평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다재다능함은 역설적으로 쏘나타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흠잡을 부분이 별로 없는데, 오랜 시간 주행하다 보면 현대차가 미처 채우지 못한 세부적인 아쉬움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선 기자가 탑승한 모델이 썬루프가 장착됐다는 것을 감안해도, 운전석 공간이 최근 출시된 현대차그룹 준대형차인 그랜저나 K8보다 확실히 좁다.
신장 183㎝ 성인 남성 기준으로 헤드룸(머리 윗공간) 공간이 3㎝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운전을 하다보면 오른쪽 다리는 자연스레 센터 콘솔이 위치한 구조물에 닿게 되는데, 장시간 운전하니 가로 공간에서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안팎에서 들리는 소음도 쏘나타 차급을 새삼 인정하게 한다.
저속 주행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으나,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를 넘어가자 풍절음이 확실히 심해져 듣던 음악의 볼륨을 높여야 했다. 노면 소음도 분명히 올라온다. 조금 예민한 운전자라면 도로 상태를 직감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가격을 보면 느꼈던 모든 것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진다. 쏘나타 가격은 ▲2.0 가솔린 2808만원 ▲1.6 가솔린 터보 2875만원 ▲2.0 LPG 2897만원부터 시작한다.
준수한 주행 성능, 널찍한 공간, 풍성한 옵션과 준수한 외관. 디테일의 아쉬움이 있지만, 2000만원 후반대에서 쏘나타에 견줄 중형 세단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에서 쏘나타 2만9581대를 판매했다. 국내 중형 세단 중 돋보이는 판매 1위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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