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식당에서 ‘소맥’ 한잔 말았더니 1만5000원이 계산서에 찍히고, 공깃밥을 2000원 받는 식당도 속속 생기고 있습니다. 마트에선 흰 우유 1L가 3000원을 넘겼습니다. 다가오는 겨울 난방비도 슬슬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물가 상승 주범은?
그렇다면 최근 물가 상승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품목은 뭘까요? 우리들 지갑을 지난해보다 더 가볍게 만들고 있는 주범을 찾아보잔 얘깁니다. 물론 각자 소비 형태에 따라 다를 겁니다. 술을 좋아하는 직장인이라면 병당 7000원까지 오른 소주가 주범일테고, 아기를 키우는 집이라면 분유값이 원망스럽겠죠.
지난해보다 올해 가격이 크게 오른 상품이 아마도 주범일 가능성이 높겠죠? 10월 소비자물가 조사 대상 품목 중 1년 전보다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품목은 사과입니다. 1년 만에 72.4%나 올랐습니다. 사과는 누구나 즐겨 먹는 과일이니 지갑에 대미지를 좀 줬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생강은요? 생강은 1년 전보다 65.4% 가격이 올라 사과에 이어 상승률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렇지만 생강을 두고 물가를 올린 주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생강은 월 1회는 커녕 몇 달에 한번 살까말까한데 말이죠. 복숭아(47.0%, 상승률 3위), 드레싱(24.1%, 8위), 식탁(18.0%, 16위)까지 상승률 상위권 품목들 면면을 보자니 단순히 상승률만 가지고는 어떤 품목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통계청은 ‘기여도’ 개념을 활용합니다. 기여도는 간단히 말해 각 품목의 가격 변동이 전체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10월 물가 품목별 기여도 상위 10개 품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전기료가 0.25% 포인트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기료는 1년 전보다 14.0% 올랐는데 72.4% 오른 사과보다 물가에 영향을 더 크게 줬습니다. 이건 기여도 계산에 우리가 해당 품목을 얼마나 많이, 자주 소비하는지가 포함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기료 지난달 물가 상승 기여도 1위
아마도 매달 전기에 쓰는 비용이 사과에 쓰는 비용보다는 많겠죠?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각 가구의 소비지출구조를 분석해 물가 조사 대상 품목의 상대적 중요도를 산정합니다. 이를 ‘가중치’라는 숫자로 표현하는데요. 458개 조사 대상 품목을 모두 합쳐 1000으로 두고 중요도에 따라 각각의 비중을 표현한 값입니다.
예컨대 전세(가중치 1위, 54.0)나 월세(2위, 44.3)는 같은 비율만큼 오르더라도 위장약(404위, 0.2)이나 운동경기관람료(438위, 0.1)보다 훨씬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겁니다. 전기료는 가중치 15.5로 전체 품목 중 7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사과보다 훨씬 적게 올랐어도 물가에 미친 영향은 더 큰 거죠.
사실 사과가 기여도 2위에 오른 것도 이례적인 일이긴 합니다. 사과의 가중치는 2.6으로 전체 품목 중 94번째라 평소 같으면 기여도 상위권에 오르기 쉽지 않은 품목이거든요. 1년 만에 70% 이상 물가가 뛰는 바람에 물가 상승을 이끈 상위 10개 품목 중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함께 순위에 오른 휘발유는 가중치 5위, 보험료는 23위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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