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 1조818억원…전년比 14.7%↑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7월 정무위 법안소위 통과 후 공전
#A씨는 상담 직원이 “원하는 성형수술, 미용시술을 80~90% 할인된 가격에 받을 수 있다”며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발급하는데 내원하지 않아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영수증 발급해드린다”는 제안에, 도수치료 명목으로 코·쌍커풀 등 성형수술(미용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고 보험금은 돌려줘야 했다.
병원 관계자·설계사 등이 보험사기에 가담하며 보험사기가 갈수록 고도화, 전문화되는 추세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잠들어 있는 실정이다. 보험사기 문제는 방치할수록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818억원, 적발인원은 10만2679명으로 집계됐다. 적발금액은 전년(9434억원) 대비 14.7% 증가했으며, 적발인원 또한 전년(9만7629명) 대비 5.2% 늘었다.
유형별로는 ‘사고내용 조작’이 6681억원(61.8%)으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허위사고’ 1914억원(17.7%), ‘고의사고’ 1553억원(14.4%)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내용 조작’ 유형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진단서 위변조’, ‘입원수술비 과다청구’ 유형은 전년(1835억원) 대비 34.5%나 급증했다.
금감원은 올 들어 도수치료, 임플란트·레진, 자동차 정비 등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안내했다. 이는 최근 병원 상담실장, 설계사 등이 가담한 보험사기가 늘어나 소비자들이 보험사기 유혹에 쉽게 빠지기 쉬운 구조로 보험사기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액의 약 10%를 차지하는 도수치료의 경우 관련 보험사기로 수사 의뢰된 환자(보험가입자)가 2019년 679명에서 2022년 1429명으로 3년간 110% 증가했다.
이들은 실손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미용시술 등을 받았음에도 통증 치료를 위해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의 진료비 영수증, 진료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금감원은 최근 도수치료와 보험사기 동향과 관련해 “사무장·상담실장·보험설계사·도수치료사·미용관리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 팀이 병원을 2~3년 단위로 옮겨 다니며 보험사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를 인상시켜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손보험료는 최근 4년간 꾸준히 인상돼 왔다. 2017년 20.9% 인상된 후 2018년에는 동결했고,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6~7% 상승했다. 또 2021년에 10~12%, 지난해에는 14.2% 올랐다.
이 같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보험사기 문제를 적절히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의 개정안은 국회에 잠들어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이 법의 개정안들에 대해 7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이 이뤄졌지만 여야의 정쟁으로 후속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2016년 제정된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다수의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는데, 제21대 국회에서도 총 17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보험업 관련 종사자가 사기행위를 벌일 경우 가중 처벌하고 보험사기를 벌인 병·의원, 정비업체, 보험대리점 등의 명단을 공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 보험사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민사소송 없이도 보험사기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사기 알선·권유 행위는 처벌토록 했다. 보험사기 목적의 강력범죄는 가중 처벌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매년 6000억원가량의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창현 의원은 “보험사기는 가담자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와 결부된 민생 침해 범죄의 전형인 만큼 특별법과 같은 특단의 대책으로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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