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전 3사, 7조 대금 마련 사활… ‘승자의 저주’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7일 03시 00분


본입찰 앞둔 HMM 새주인 찾기 험로
올해 M&A시장 최대 ‘빅딜’ 예상… 인수후보 3사 자기자본 3조~4조 안팎
업계 “새우가 고래 삼키려는 형국”… 산은, 신중론에도 연내 매각 속도전

“HMM을 인수하려면 줄잡아 7조 원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인수 후보들 중 누가 그 돈을 댈 수 있나요?”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HMM 본입찰(23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견그룹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내면서 경쟁이 뜨거워졌지만 매각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동원그룹, LX인터내셔널 등 인수 후보들의 자금력 한계 때문에 시장에선 유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반면 KDB산업은행(산은)은 여전히 연내 매각을 목표로 ‘속도전’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과 HMM 안팎에서 “누가 인수하든 ‘승자의 저주’에 걸릴 것”이란 우려까지 내놓는 배경이다.

● 자금력 한계 뚜렷한 인수 도전자들


16일 해운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HMM 인수 비용은 5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금액 2조 원을 웃도는 올해 M&A 시장의 최대 ‘빅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합산 지분 3억9900만 주(지분 57.9%)를 주당 1만5000원에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약 6조 원이 든다. 통상 인수가의 20∼30%로 책정되는 경영권 프리미엄 1조2000억∼1조8000억 원까지 더하면 비용은 7조 원을 훌쩍 넘어간다.

인수 후보 기업들의 ‘의지’만큼은 경쟁이 치열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하림의 HMM 인수에 대해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며 명분론을 지폈다. 동원그룹도 창업자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HMM을 인수하는 건 꿈의 정점”이라고 밝히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자금 동원력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그룹이 인수주체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팬오션의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약 4조9000억 원이다. 현금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1조8000억 원이지만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가 1조3000억 원이어서 팬오션의 수중에는 5000억 원밖에 없는 셈이다.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며 1600억 원가량을 마련했다. 동향기업인 호반그룹의 물밑 지원에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지만, 인수금액과의 차이가 워낙 크다. 하림그룹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모펀드(PEF) JKL과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는 등 외부 자금을 통해 비용 충당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도 다르지 않다. 지주사인 동원산업의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1000억 원이다. 유동부채를 뺀 순유동자산은 9000억 원 수준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동원그룹은 해외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한 전환사채 발행으로 50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채를 제외한 순유동자산 1조5000억 원을 보유한 LX인터내셔널은 자금 마련 계획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쯤이면 M&A를 위한 파이낸싱 후보와 규모가 어느 정도 소문이 나야 하는데 예상보다 너무 조용하다”고 전했다.

● HMM 안팎에선 ‘유찰 가능성’ 솔솔


HMM 안팎에선 유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 포함되지 않은 1조6800억 원의 영구전환사채(CB) 해결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유찰 가능성을 높인다. 산은 등이 CB를 주식으로 바꾸면 HMM을 인수한 기업의 총지분이 57.9%에서 30%대로 낮아지게 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HMM육상노동조합)는 14일 대의원 회의를 열고 21일 산은 앞에서 ‘졸속 매각 반대’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조합원이 약 800명으로 HMM 전체 육상 직원 중 조합 가입 대상자 1026명의 80% 가까이가 가입한 노조다. 결의대회 예상 참여 인원은 400여 명이다.

이기호 HMM지부장은 “이렇게 적은 자기자본(순자산)을 가진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10조 원이 넘는 HMM 유동자산을 자기 수익으로 만드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1조 원에서 4조 원대 안팎의 자금력을 가진 새우(인수 후보 기업)가 고래(HMM)를 삼키려는 형국”이라며 “가능하다면 해상 물류에 이미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대기업이 인수해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HMM 정상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정해진 일정대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유찰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달 본입찰을 진행하고 연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기존 계획대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hmm 인수전#대금 마련#승자의 저주#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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