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증 돌연변이 유전자 제거
美FDA도 내달 승인여부 결정
韓툴젠, 호주서 임상1상 추진중
영국이 세계 처음으로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승인했다. 지난 10년간 유전질환 치료의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아 온 기술을 이제 실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이번 승인으로 국내에서도 유전자 가위 임상 시험 허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MHRA)은 16일(현지 시간) 12세 이상 겸상 적혈구 빈혈증과 베타(β)-지중해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가위 치료제 ‘카스거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카스거비에 사용된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는 돌연변이 유전자에 결합하는 유전물질과 이를 절단할 수 있는 가위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 감염생물학연구소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는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다. 카스거비는 겸상 적혈구 빈혈증 및 베타 지중해빈혈증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 ‘BCL11A’를 잘라낸다. 카스거비와 같은 크리스퍼 치료제가 획기적인 것은 유전질환을 ‘한 번에 영구적으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완치가 가능하다. 실제 카스거비를 개발한 제약사의 임상 시험 데이터에 따르면 카스거비를 투여한 29명의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 중 28명(97%)은 최소 1년간 빈혈 및 통증이 사라졌다. 베타 지중해빈혈증 환자 42명 중 39명(93%)도 1년간 수혈을 하지 않아도 됐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카스거비의 승인을 검토 중이다. FDA는 내달 8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영국 승인에 이어 미국까지 승인 검토에 돌입하면서 크리스퍼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툴젠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 ‘CTH-004’를 2021년 호주 카세릭스로 기술이전을 했다. 현재 카세릭스는 CTH-004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추진 중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임상 승인에 보수적인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 등 바이오 선두 국가의 결정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라며 “국내 기업들에도 이번 승인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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