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 고깃집은 3년간 2000원에 팔던 소주 가격을 최근 5000원으로 올렸다. 이 고깃집 사장 심완식 씨(63)는 “인건비 등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주변 식당들 눈치까지 보여 소줏값을 올렸다”고 했다.
올해 7월부터 식당에서 술을 도매가보다 싸게 팔 수 있게 되면서 ‘1000원 소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해 7월 식당 등 소매업자가 술을 도매가보다 싸게 팔 수 있도록 주류업계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일선 식당에서는 소주를 할인 판매하는 곳이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원칙적으로 소매업자는 도매가 이하로 술을 팔 수 없지만, 당시 국세청은 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소주 1병 도매가는 1500∼1700원인데, 식당에서 이보다 싼 가격으로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주 한 병을 1000원에 파는 식당이 일부 있었지만, 단기 할인 행사에 그쳤다. 서울 홍대 인근 식당 주인 A 씨(39)는 “홍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소주를 1000원에 판다”면서도 “내년까지 이를 유지하긴 어렵다”고 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물가 관리에 나서다 보니 식당 소주를 싸게 팔도록 유도하는 국세청 유권해석까지 나왔지만, 최근 소주 출고가가 오른 데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나 재료값 인상 등이 더 절박한 게 현실인 만큼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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