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가계와 기업의 빚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세계 주요 34개국 가운데 1위였고, 기업부채 비중도 세 번째로 높았다.
19일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내놓은 가계부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였다. 올해 2분기(4∼6월·101.7%)보다 1.5%포인트 감소했지만 올 2분기에 이어 또다시 IIF의 조사 대상 34개국 중 유일하게 GDP 규모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20년 이후 거의 4년째 관련 통계에서 1위다.
전문가들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의 ‘데드라인’을 80%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넘을 경우 중장기뿐 아니라 단기 성장률도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IIF 조사 대상 중 80%를 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홍콩(95.2%), 태국(91.5%)밖에 없다.
한국은 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에서도 조사 대상 34개국 중 홍콩(267.9%)과 중국(166.9%)에 이어 세계 3위(126.1%)를 차지했다.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은 직전 분기 대비 5.2%포인트 오르면서 싱가포르(125.0%)를 제치고 순위가 한 계단 높아졌다. 증가 폭은 말레이시아(28.6%포인트) 다음으로 컸다.
고금리 속에 기업부채 비중이 높은 한국은 부도 증가율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IIF는 한국을 포함해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을 비교했는데, 올해 들어 10월까지 한국 기업의 부도 증가율은 전년 대비 약 40%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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