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을 축소하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자 정부가 실태조사를 예고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여기에 제품의 양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값싼 재료로 바꾸는 스킴(skimp, 인색하게 아낀다)플레이션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선 기업의 이러한 ‘꼼수’가 정부의 물가 억제로 인한 일종의 풍선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인위적 가격 통제의 부작용이라는 시각이다.
이달 초 정부는 가공식품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는 전담 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각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 역할을 하도록 했다.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 ‘커피 주무관’이 생긴 것이다. 물가 상승이 심각해 밀착 관리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업계를 압박해 가격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고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MB물가지수’를 도입했다. 밀가루·라면·지하철·버스·학원비 등 생활필수품 52개를 따로 선정해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특별관리하는 방식이었다.
정책 시행 뒤 3년간 MB물가지수는 20.42%나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을 훨씬 앞질렀다. 정부가 가격을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반발력도 커져 한순간에 폭등세로 돌변하는 것이 물가의 생리다. 결국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해 부작용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 압력으로 기업들이 당장은 가격을 동결하더라도 나중에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거나 편법을 써서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업들도 원가가 낮아졌을 때 찔끔 내리면서 원가가 올랐을때 왕창 올리는 것보다 원가 절감에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