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사기격 현실화 계획의 원점 재검토를 검토하기로 했다. 현실화율 동결 또는 하향 정도의 부분적 개선만으로는 시세보다 과도하게 공시가격이 오르는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 ‘수정안’은 아직…로드맵 ‘원점 재검토’
2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고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공시가격을 시세와 근접한 수준으로 높이고 균형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20년11월 시행됐다. 시세의 90%까지 오는 2030년까지 달성하는게 목표다.
그러나 집값이 급락하면서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에는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췄다.
이후 정부는 내년도 현실화율을 포함하는 공사기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개편안을 올해 하반기 중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공청회에선 구체적인 현실화율 조정안 대신 ‘원점 재검토’ 의견만 나왔다. 내년에 적용할 현실화율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오는 21일 열리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로드맵 없이 내년도 공시가격에 적용할 조치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세연의 발표 내용과 공청회 과정에서 도출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만간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유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기존 현실화계획을 부분적 수정하는 걸로는 그동안 문제를 해소하는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며 “모든 대안들을 열어놓고 판단을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급변 가능성 ‘미반영’…“전면 재검토 필요”
조세연은 공사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시 부동산 시장의 급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하락기에도 공시가격이 오르고, 상승기에는 시세보다 과도하게 공시가격이 오르는 등 한계가 있다고 봤다. 특히 매년 세율조정 등이 따르지 않을 경우 재산세 부담이 약 34% 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동일한 목표를 설정했으나, 달성기간이 단독주택의 경우 15년, 표준지는 8년으로 설정하고 9억원을 기준으로 가격대별 차등을 두는 등 상이한 계획으로 유형 간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점도 근본 개선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들었다.
목표치 달성을 위해 매년 2~4.5%p의 현실화율 제고 폭을 설정한 것 역시 속도가 과도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조세연은 대안으로 △목표 현실화율 하향조정 △목표 달성 기간 연장 △가격대별 차등 계획 폐지 등을 제안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급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보유세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보유부담도 크게 증가했다”며 “공시가격 급등에 따라 국민들의 혼선과 불편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에 적용될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대내외 경제여건, 국민 부담 완화 등을 고려해 설정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 경제전망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번 연속 하향 조정하고, 올해 2분기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3.8% 감소하는 등 경제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내년 공시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세 따라가다 부작용”…시세 100% 맞추고 ‘세율’로 조정 의견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원점 재검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공시가격을 시세에 과도하게 맞추려다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승용 법무법인 박앤정 대표변호사는 “공시가격은 특정 시점에서의 가격인데, 시세는 플로어의 개념”이라며 “이 둘을 일치하려다 보니까 문제가 생긴다. 시세반영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게 맞다”고 했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증세의 도구가 됐다”며 “기초수급자가 공시가격 상승으로 선정에서 탈락하는 일도 생겼다. 시세를 추종해서 공시가격이 올라가는 걸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화율을 특정 비율로 정해 일시적으로 반영하되, 국회에서 세율을 통해 부과율을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소득세를 계산할 때 연봉 4000만원 받는 것을 2000만원 받는 것으로 하자 이렇게 정하지 않는다”며 “공사가격을 조세부담을 높이고 낮추는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잘 못됐다. 세율로 정하는 문제이지 공시가격으로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유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공시가격을 형평성 있게 산정하자는 대전제 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는 않는다”며 “현실화 계획이 기존에 수립했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최선의 대안이었는지 되짚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이 다른 제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서 방향성을 잡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추가적으로 연구와 논의를 진행하면서 다듬어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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