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사례로 본 ‘창업자 해고’
야후-‘요가복의 샤넬’ 룰루레몬 창업자
경영판단 실책-부적절 언행으로 축출
스티브 잡스, 애플 복귀뒤 눈부신 성공
“해고된 것은 내게 일어난 최고의 일”
유명한 창업자라 해도 이사회가 나서면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날 수 있다. 한국에선 낯선 일이지만 미국에선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진다. 오픈AI 이사회가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을 해고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 해고 이유는 경영 능력 부족과 주주 반발, 부적절한 언행 등 다양하지만 이사회가 돌아서면 창업자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 CEO에서 쫓겨난 스타 창업자들
원조 ‘미스터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아닌 마틴 에버하드다. 2003년 테슬라를 공동 창업한 에버하드는 초대 CEO를 맡아 첫 번째 차량인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 개발을 이끌었다. 2004년 테슬라에 투자한 머스크는 이사회 의장에 머물렀다.
열정 넘치는 괴짜 에버하드는 언론이 주목하는 스타 CEO였다. 2006년 테슬라가 10만 달러짜리 로드스터 시제품을 공개하자 100대의 사전 주문 물량은 동났다. 에버하드는 2007년 초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생산 계획은 삐걱거렸다. 테슬라엔 수백 개에 달하는 부품 공급망을 관리할 역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로드스터 출시 일정은 계속 지연됐다. 그해 여름, 에버하드는 로드스터 생산 지연에 책임을 지고 CEO직에서 해고된다. 쫓겨날 때 그의 보유 지분은 5% 미만. 그는 “사람들 생각과 달리 억만장자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1990년대 닷컴 시대 상징인 야후 공동 창업자 제리 양은 경영 판단의 문제를 이유로 CEO에서 잘렸다. 2000년대 들어 야후는 구글의 공세에 크게 밀리던 상황. 이런 야후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08년 놀라운 제안을 내놓는다. 시장 가치보다 62% 비싼 주당 31달러, 총 446억 달러에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한 것. 하지만 야후를 팔 생각이 없었던 제리 양은 이를 거절했다. 몇 달 만에 주가는 10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제리 양은 여러 건의 주주 소송에 직면한다. 2009년 1월 제리 양은 결국 CEO 자리를 내려놓는다.
훗날 인터뷰에서 제리 양은 “야후가 투자해둔 중국 알리바바 지분 가치가 엄청나게 커질 걸 알았기 때문에” MS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야후를 떠난 뒤 그는 투자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 부적절한 언행도 내쫓기는 이유
회사 실적엔 아무 문제가 없어도 축출당하는 창업자도 있다. 주로 부적절한 언행 때문이다. ‘요가복계의 샤넬’ 룰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회장직을 잃었다.
윌슨은 운동과 여가를 합친 ‘애슬레저’ 트렌드의 창시자다. 1998년 설립된 룰루레몬은 ‘100달러짜리 레깅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윌슨은 독특한 조직문화에 대한 고집으로 경영진, 이사회와 자주 갈등을 빚었다. 아동노동에 찬성하고, “일본인이 L 발음을 못 해서” 회사 이름을 룰루레몬으로 지었다고 말하는 등 망언도 잦았다.
2013년 룰루레몬의 검은색 요가 바지가 너무 속이 훤히 비쳐 보인다는 이유로 소비자 반품이 줄을 이었다. 그러자 윌슨 회장은 TV 인터뷰에서 “솔직히 일부 여성의 신체는 (요가) 바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소비자 몸매 탓을 했다. 이 일로 그는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낸 회고록에서 윌슨은 자신이 실적주의에 사로잡힌 이사회의 희생양이 됐다고 변명했다. 여전히 룰루레몬의 개인 최대주주(지분 8%)인 그는 순자산 62억 달러의 부자다.
● 해고 후 더 위대해진 창업자
쫓겨난 창업자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인물은 역시 스티브 잡스다. 1976년 애플을 공동 창업한 잡스는 1985년 이사회 익명 투표를 거쳐 해고당한다.
해고의 이유는 잡스가 주도한 매킨토시 프로젝트의 형편없이 부진한 실적이었다. 잡스의 완벽주의로 인해 첫 번째 맥 컴퓨터 가격은 2500달러로 책정됐고, 판매량은 예측치의 10%에 그쳤다. 잡스는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에 다른 직원을 탓했다. 갈등 끝에 존 스컬리 CEO는 이사회를 소집하고 잡스의 해임안을 상정한다. 잡스 본인이 영입했던 CEO에 의해 쫓겨난 것이다.
잡스는 해고된 직후 유럽 여행으로 마음을 다잡고 또 다른 컴퓨터 회사 넥스트(NeXT)를 설립했다. 이후 1996년 12월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면서 잡스는 다시 애플로 돌아온다. 훗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한 유명한 연설에서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일이었다. 성공의 무거움이 다시 초보자의 가벼움으로 바뀌었다.”
기업 리더십 연구의 권위자 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교수는 과거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쫓겨난 리더가 재기하려면 먼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잡스를 그 모범 사례로 꼽았다. 아울러 △대중적 평판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지지를 구하고 △사회를 발전시킬 ‘영웅적 지위’를 추구하라고 덧붙였다. “누구도 우리의 성공과 실패를 정의할 수 없고, 오직 우리만이 그것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게 소넨펠드 교수의 조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