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시가 현실화율 동결]
내년 공시가 현실화율 69% 동결
집값 오른 곳만 보유세 소폭 상승
수도권 고가 아파트 부담 늘 듯… 시세 하락 지방은 줄어드는 곳도
정부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한 건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에 따라 높아진 국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거주자 등 부동산 민심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율이 유지되며 보유세는 시세 정도만 반영돼 수도권 대부분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큰 변동은 없되 집값이 떨어진 지방 등 일부 지역은 보유세가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고가 아파트 보유자나 다주택자 보유세 상승폭은 비교적 커질 전망이다.
21일 동아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 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에게 의뢰한 보유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84㎡·시세 29억5000만 원) 1주택자의 내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약 846만 원이다. 올해(771만 원) 대비 9.7%가량 오르지만 기존 현실화 계획이 적용됐던 2022년(1372만 원)과 비교하면 하락했다. 세액공제가 없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와 같은 재산세 45%, 종부세 60%인 것으로 가정했다.
내년 보유세가 오르는 이유는 그만큼 시세가 올랐기 때문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의 지난해 말 호가는 28억∼30억 원대로 현재 시세가 32억∼34억 원으로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 들어 4.74%, 서울은 2.31% 하락했지만 시세 상승폭이 컸던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등 수도권 고가 아파트일수록 보유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늘어난다. 서울 마포구 대표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시세 16억5000만 원) 1주택자 보유세는 올해 253만 원에서 내년 281만 원으로 28만 원 오른다.
반면 시세 상승이 크지 않은 중저가 단지는 올해와 보유세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59㎡(시세 5억3000만 원)를 보유한 1주택자의 내년도 보유세는 약 41만 원으로 올해(39만 원)나 2022년(40만 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 단지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5억3800만 원에 팔린 뒤 올해 5억5000만 원대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가팔랐던 지방에선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이 줄어드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로 경남타운 전용 115㎡(시세 12억1000만 원)는 공시가격이 올해 9억4100만 원에서 8억3732만 원으로 하락하며 보유세도 207만 원에서 176만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세는 12억 원대로 1년 전(13억 원) 대비 약 1억 원 하락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시세 15억 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보유세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공동주택 시세별 현실화율은 △시세 9억 원 미만은 68.1% △9억∼15억 원 미만 69.2% △시세 15억 원 이상은 75.3% 등으로 차등 적용돼 시세가 높을수록 공시가가 더 크게 오르는 구조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시세 16억5000만 원)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시세 24억9000만 원)를 같이 보유한 2주택자의 내년도 보유세는 2628만 원으로 올해(2039만 원)보다 28.9% 늘어난다. 하지만 2022년(6704만 원) 보유세 대비 60.8% 줄어든 수준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해 11월 16억2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달 현재 호가는 17억∼19억 원으로 올랐다. 은마아파트도 지난해 11월 21억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28억 원에 거래되며 급등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 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시세 상승폭이 작은 중저가 아파트는 보유세가 3∼7% 정도 상승하고, 반등폭이 큰 고가 아파트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상승폭을 보일 것”이라며 “지역별로 공시가격 편차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67가지 행정제도의 기초 자료로 쓰이는 지표. 내년 최종 공시가격은 올해 말 부동산 시세를 반영해 내년 초에 결정된다. 표준주택과 표준지는 1월, 공동주택은 4월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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